'젊은피' 고이즈미 밀어내며 돌아온 日정계 트러블메이커 이나다

입력 2018-10-02 17:49
'젊은피' 고이즈미 밀어내며 돌아온 日정계 트러블메이커 이나다

'여자아베' 이나다·아베 측근 가토 중용…'포스트 아베' 염두 포석

아베, 개각서 '비리의혹' 절친 아마리 복귀시키고 총재選 반대파 '응징'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잦은 말실수와 거짓말로 일본 정계의 '트러블 메이커'로 불리는 극우 여성 정치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59) 전 방위상(중의원 의원)이 일본 자민당의 주요 보직을 맡아 복귀한다.

작년 7월 방위상 자리에서 물러난 지 1년 3개월만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2일 단행한 개각과 자민당 간부 인사에서 자신의 친정체제 구축에 역점을 둔 결과다.

2일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자민당 수석부(副)간사장에 이나다 전 방위상을 기용할 방침이다.



이나다 전 방위상은 개헌 의욕과 역사 인식 등에서 아베 총리와 가장 가까운 성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극우 인사다.

변호사 출신으로 극우 논객이던 그는 2012년 2차 아베 내각 출범과 함께 행정개혁담당상으로 입각한 뒤 자민당 정조회장을 거쳐 방위성에 취임하며 출세 가도를 달렸지만 끊임없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16년 말에는 현직 방위상으로는 처음으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해 주변국들의 반발을 불렀다. 또 제국주의 교육의 상징인 교육칙어(敎育勅語)를 두둔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평화헌법 조항(9조)을 개정해 일본을 '전쟁가능 국가'로 변신시키려고 하는 극우 개헌파의 대표적인 인물로, 방위상 재직 중 "도쿄전범재판 역사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계속 두둔했지만 그는 계속 문제 발언·행동을 해 아베 내각 지지율 하락의 '1등 공신'으로까지 불렸다.

결국 남수단에 평화유지활동(PKO)으로 파견된 자위대의 일일보고(일보) 문건과 관련해 거짓말을 한 것이 들통나 방위상에서 물러났다.



아베 총리가 이나다 전 방위상에게 마련해준 수석부간사장 자리는 공교롭게도 대중적인 인기 면에서는 아베 총리를 능가하며 '포스트 아베' 유력 주자로 주목받는 자민당의 '젊은 피'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37) 의원이 맡았던 직책이다.

고이즈미 의원은 수석부간사장 자리를 떠나 자민당 내 후생노동부 회장을 맡을 전망인데, 여기에는 그가 지난달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아닌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에게 투표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자신에게 반기를 든 고이즈미 의원 대신 논란 끝에 경질됐던 최측근을 불과 1년여만에 불러들인 셈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개각과 자민당 인사를 통해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언행을 한 사이토 겐(齊藤健) 농림수산상,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총무상, 다케시타 와타루(竹下亘) 총무회장을 배제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의 파벌 이시바파 소속 인사 중 야마시타 다카시(山下貴司) 의원을 법무상으로 기용하기는 했지만, 이는 반대파에 대한 인사 차별 논란을 의식한 '파격'으로 분석된다.

아사히신문은 이와 관련해 아베 총리가 오키나와지사 선거에서 패배한 후 당내 화합을 어필하기 위해 야마시타 의원을 등용했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가 이나다 방위상을 재발탁하면서 고이즈미 의원을 밀어내는 한편 자신의 최측근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을 당 3역 중 하나인 총무회장에 발탁한 것을 두고 그가 자신의 후계 구도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와 관련해 가토 후생노동상에게 당의 주요 보직을 경험시켜 '포스트 아베' 후보에 추가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포스트 아베 자리를 노리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을 유임시킨 것과 관련해서도 다른 포스트 아베 주자인 이시바 전 간사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자민당 인사에서 비리 의혹으로 물러났던 자신의 '절친' 아마리 아키라(甘利明·69) 전 경제재생상을 주요 보직인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기용하기도 했다.

2016년 대가성 자금수수 의혹으로 물러났던 그는 아베 총리, 아소 부총리, 스가 관방장관과 함께 이름의 영문 첫 글자를 합쳐 '3A+S'로 불렸던 인물이다. 이 '3A+S'에 권력이 집중되면서 아베 내각은 '친구 내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아마리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자신의 기용에 대한 반발 여론을 의식해 "아무런 형사 사안도 아니다. 검찰 조사가 전부다"라며 의혹이 해소됐음을 강조했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