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필터가 해양 플라스틱쓰레기 주요 원인…규제 필요"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담배 필터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정책연구실 정세미 연구원은 3일 'KMI월간동향 보고서'에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담배 필터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 연구원에 따르면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박힌 거북이가 발견된 사건을 계기로 각국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이려는 다양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지만, 정작 빨대는 해양 폐기물의 0.02%만을 차지하며 플라스틱 봉지와 플라스틱병보다 담배가 더 큰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1986년부터 해마다 세계 최대 규모로 해변청소 활동을 벌이는 환경보호단체인 오션 컨서번시(Ocean Conservancy)가 지금까지 해변에서 수집한 쓰레기의 ⅓을 담배꽁초가 차지했다.
지난 32년 동안 수거한 담배꽁초 수는 약 6천만 개에 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해양구조단이 전국 32곳의 해안과 해저에서 해양 쓰레기를 수거한 결과 담배꽁초가 전체 2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비닐봉지,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 부표, 음료수병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세계적으로 연간 소비되는 담배의 90%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필터가 있다.
플라스틱의 일종인 셀룰로스 아세테이트(Cellulose Acetate)로 만들어진 이 필터는 분해되는 데 10년 이상 걸린다.
매년 제조되는 담배 필터의 ⅓은 바다와 해변에 버려진다.
20세기 중반에 한 담배 제조회사가 흡연의 해로움을 줄여준다고 마케팅을 벌였으나 실제로는 필터가 건강 피해를 줄이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정 연구원은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는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규제가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담배꽁초에 대한 규제는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일부 담배 제조업체는 필터를 생분해성 재료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신생 업체인 그린부츠(Greenbutts)는 흙이나 물에서 빠르게 분해될 수 있는 유기물 필터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정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이러한 유기물 필터를 개발하거나 필터가 포함된 담배의 세금을 높이는 등의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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