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싼 차 미끼로 비싼 차 강매하는 중고차 사기 '주의보'

입력 2018-10-03 09:25
시세보다 싼 차 미끼로 비싼 차 강매하는 중고차 사기 '주의보'

인터넷 확인 후 매매업체 가면 다른 차량 비싸게 강매

경찰 "저렴한 중고차는 허위 매물 가능성 높아…관련 사이트통해 확인해야"



(인천·부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경기 의정부에 사는 공무원 A(50)씨는 올해 4월 한 중고차 사이트에서 2014년식 벤츠 E 클래스 차량이 830만원에 올라온 것을 보고 휴대전화를 들었다.

여성 상담원과 수차례 통화한 끝에 같은 달 28일 인천시 남구 주안역에서 한 남성을 만났다. 이 남성은 자신을 한 중고차 매매상사 과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A씨를 태운 차량을 전국 최대 중고차 매매단지로 알려진 인천 엠파크로 몰았다.

엠파크 내 한 매매상사 사무실에 들어서자 과장은 "손님이 본 차량은 다른 손님에게 팔렸다"며 "김포 매장에 비슷한 벤츠 차량이 있는 데 가서 보겠느냐"고 제안했다.

김포 매장의 중고차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본 중고차 보다 한 등급 높은 벤츠 S 클래스였고 가격은 1천500만원이라고 했다.

거절했더니 과장은 1천300만원까지 맞춰주겠다고 했다. A씨는 자동차 매매 계약서를 썼고, 차량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검사 성적서까지 확인했다.

그러나 차량을 인수하러 가던 중 출고팀의 전화를 받은 매매상사 팀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출고팀 전화를 넘겨받은 A씨는 "매입한 차량에 근저당으로 1억2천만원이 잡혀있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팀장에게 따졌더니 "어떻게 벤츠 S 클래스를 1천300만원에 사려고 했느냐"며 어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말로만 듣던 중고차 사기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난 A씨는 과장과 팀장에게 울며불며 계약을 취소해 달라고 사정했다.

팀장은 선심 쓰듯 "계약을 취소해주겠다"며 "대신 사무실에서 금전적으로 손실이 발생하니 다른 중고차를 사라"고 요구했다.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11만1천km를 탄 2013년식 포드 토러스 승용차를 2천200만원에 샀다.

집에 돌아와 포털 사이트에서 자신이 산 토러스 차량 번호를 검색하자 1천500만원에 매물로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매매 당시 차량검사 성적서에는 엔진·워터펌프·변속기·기타 모든 구성품과 소모품을 교환했거나 수리를 완료해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포드 AS센터의 정밀 검사 결과 워터 펌프 누유 등으로 정비료 430만원이 나왔다.

A씨는 3일 "사이트에서 저렴한 중고차를 보고 '압류 매물이어서 싸게 빨리 매각해야 하나보다'고만 생각했다"며 "미끼 매물에 이끌려 시세보다 훨씬 비싼 중고차를 산 것도 모자라 수리비도 떠안게 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인터넷에 미끼 매물을 올려놓고 구매자를 유인한 뒤 다른 중고차를 사실상 강매하는 사기극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최대 중고차 시장이 밀집한 인천과 경기도 부천 일대에서 최근까지도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9월에는 인터넷에 올린 허위 광고를 보고 찾아온 구매자들에게 중고차를 비싼 가격에 강제로 팔아 총 4억원으로 가로챈 사기단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한 피해자는 2009년식 BMW X6 차량을 600만원에 판매한다는 광고 글을 보고 대전에서 부천을 찾았다가 2015년식 BMW X4 중고차를 7천330만원에 샀다.

이 차량의 시세는 3천100만원이었다. 4천만원가량 바가지를 썼다.

앞서 6월에는 인천에서 같은 수법으로 시가 42억원어치의 중고차를 팔아 11억원을 챙긴 3개 무등록 중고차 판매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인터넷 광고를 보고 중고차를 사기 위해 인천을 찾은 피해자들은 계약서를 쓴 뒤 '차량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거나 '추가로 납부할 돈이 있다'는 말을 뒤늦게 듣고서 계약을 포기하고 더 비싼 차량을 어쩔 수 없이 구매했다. A씨가 당한 수법과 똑같았다.

이런 수법을 업계에서는 이른바 '뜯고 플레이'(뜯플), '쌩 플레이'(쌩플)라고 부른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중고차 매매와 관련한 피해구제 신청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총 1천754건이었다.

2013년 384건, 2014년 459건, 2015년 367건, 2016년 300건, 지난해 244건 등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구제 신청 건수에는 허위매물로 인해 사기 피해는 포함돼 있지 않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중고차 매매와 관련한 피해구제 신청 대부분은 차량 성능이나 상태와 관련된 내용"이라며 "미끼 매물로 유인한 뒤 다른 차량을 비싸게 판매한 행위는 피해구제 신청 대상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차량은 모두 허위매물이라고 봐야 한다"며 "자동차365(www.car365.go.kr) 사이트에서 딜러의 정식 등록 여부와 평균 시세 등을 먼저 확인한 뒤 중고차를 사야 한다"고 조언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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