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옆에 도로가 웬말"…용인영문전원마을 주민 반발

입력 2018-10-03 07:15
"주택 옆에 도로가 웬말"…용인영문전원마을 주민 반발

(용인=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평화롭게 사는 전원마을 바로 옆으로 고속도로가 나게 되면 우리 마을은 그야말로 죽음의 마을이 될 것입니다. 이건 생존의 문제입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영문리 영문전원마을 주민들이 마을 옆을 지나도록 설계된 이천∼오산간 제2외곽고속도로의 노선 변경과 도로로 인한 소음·분진문제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3일 용인시와 영문전원마을에 따르면 금호건설 등이 참여한 민간사업자가 경기 화성시와 광주시를 잇는 이천∼오산 구간(31.7㎞) 건설공사를 추진중이다.

2016년 12월 국토교통부가 실시계획을 승인했고, 지난해 3월 이 구간 공사가 시작돼 오는 2022년 3월 준공예정이다.

그러나, 영문전원마을 주민들이 뒤늦게 도로건설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천∼오산 도로공사 구간에 인접한 마을 65개 가운데 도로와 가장 가깝고, 가장 많은 주택이 접해 있는 마을이어서 심각한 생활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고속도와 마을간 최단거리가 16m에 불과하고, 도로 중 420m가 마을과 인접해 있어 각종 소음과 타이어 분진에 시달릴 것이라며 도로 노선을 마을과 100m 이상 떨어뜨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영문전원마을에 가보니 마을 입구에서 산 정상까지 양옆으로 40여채의 전원주택에 140여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숲과 바로 인접한 정모(66)씨 부부의 집은 토지가 3분의 2가 수용돼 반 토막이 났다.

이 집 바로 옆에는 22m 아래로 도로가 나 절벽 위에 집이 놓여있게 될 처지에 놓였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이 마을로 8년 전 이사 왔다는 정 씨는 "은퇴하고 여생을 조용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살려고 이 마을에 정착했는데, 마을 바로 옆으로 고속도로가 날줄은 상상도 못 했다"면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병까지 걸렸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영문전원마을 고속도로 반대추진위를 구성해 지난달 국토부를 항의 방문하고 용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대책위 장은정 위원장은 "자연과 함께 평화롭게 살고 싶은 우리 마을 주민들은 보상비를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다만 살려달라는 구조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면서 "도로가 건설되면 타이어분진과 소음이 심각하기 때문에 최소한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복개 터널이라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영문전원마을 고속도로 건설 민원은 현재 국민권익위에 올라가 있다.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자 백군기 용인시장이 지난달 14일 영문전원마을을 찾아가 현장을 둘러본 뒤 "주민에게 너무도 말도 안 되는 심각한 상황이고, 문제가 있다"며 현장에 나온 국토부 관계자에게 "주민의 입장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위법사항이 없어 노선변경을 하기는 어렵다"면서 "내주 정도에 권익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그 결과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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