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보러 갔다 심장마비도…한라산 안전사고 5년 새 10배 급증

입력 2018-10-02 11:28
단풍 보러 갔다 심장마비도…한라산 안전사고 5년 새 10배 급증

35년간 57명 실종·사망사고 절반 이상이 최근 8년간 발생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산이나 들로 향하는 계절 가을이 무르익으면서 산행과 도보여행을 하는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2일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1983년부터 2017년까지 35년간 제주 한라산에서 안전사고에 의한 구조 건수는 모두 3천432건, 4천530명이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56명, 실종자는 1명이다. 부상자는 1천620명이다.

이 기간 실종·사망 사고를 당한 57명 중 절반이 넘는 31명이 지난 8년간 사망했다.

안전사고의 약 60%는 산행이 힘들어 걸어 내려올 수 없다며 고통을 호소해 모노레일에 의해 구조된 경우다.

2012년 한라산에서의 안전사고는 61건으로, 이때까지만 해도 연간 산악 안전사고 건수가 두 자릿수에 그쳤다. 그런데 2013년 119건으로 처음 100건을 돌파하더니 2014년 343건, 2015년 483건, 2016년 680건, 2017년 651건을 기록하며 5년 사이 10배 이상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8월까지 644건의 안전사고가 발생, 684명이 구조됐다.

올해 발생한 사고를 유형별로 보면 사망·실종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근육 또는 인대 손상으로 통증이 생기는 질환인 염좌가 88명으로 가장 많았고 탈진 71명, 골절 4명이다.



이처럼 사고가 증가하는 이유는 한라산 등반객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한라산 연간 등반객은 지난 1981년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어선 뒤 1994년 50만 명, 2010년 114만 명, 2013년 120만 명, 2015년 125만 명, 2017년 100만 명 등을 기록했다.

산악사고는 산행하기 좋은 봄과 가을에 집중된다. 가을에는 무더운 여름을 보낸 뒤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고, 한라산에 단풍이 들면서 등산객이 더욱 늘어난다.

가을에는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심하고 고지대로 올라갈수록 기온 20도 이하로 갑자기 떨어지는 만큼 더욱 주의해야 한다. 산행할 때는 여벌의 옷과 긴 소매 옷 등을 챙겨 보온에 대비하고, 낮의 길이가 짧고 밤이 길어지기 때문에 해가 지는 시간을 고려해 등산코스를 계획해야 한다.

또 심장 질환으로 인한 돌연사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등산 전에는 반드시 전신 스트레칭을 하고 자신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무리한 산행은 피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8∼9일 이틀간 한라산에서 50∼60대 등산객 2명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김권율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 주무관은 "조난상황이 발생할 경우 체온유지에 필요한 여벌 옷과 구조요청을 할 수 있도록 여분의 휴대전화 배터리 또는 보조충전기를 준비하고, 음주를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2016년부터 응급구조요원을 채용해 간이진료소를 운영하는 등 탐방객 안전사고에 대응하고 있다.

산행뿐만 아니라 제주 곳곳에 생겨난 '걷는 길'을 따라 도보여행을 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걷는 길 천국' 제주에는 425㎞에 달하는 올레길 26개 코스뿐만 아니라 사려니숲길, 한라산 둘레길, 삼다수 숲길, 종교단체에서 만든 각종 순례길 등 수십 개의 걷는 길과 100여 개 가까운 코스가 있다.

도보여행 중에는 정해진 길을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여성인 경우 범죄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홀로 다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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