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에도 미국 주정부·민간기업, 중국과 협력관계 유지"
미시간주, 중국 기술과학부와 자율주행 차량 개발 MOU 체결
캘리포니아·알래스카주·시카고시 다양한 협력 방안 모색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있지만, 미국 주 정부들과 민간기업들은 여전히 중국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일 "미·중 무역분쟁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 정부와 민간기업들은 기술 분야에서 기후변화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MP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주는 지난달 중국 과학기술부와 자율주행 차량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공유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미시간주의 제조업·기술산업 협회의 톰 켈리 CEO는 지난달 미시간주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 톈진(天津)에서 열린 '중국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했다.
그는 "세계는 계속해서 통합될 것이며, 특히 제조업과 기술 분야에서 그렇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것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켈리 CEO는 "연방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겠지만, 비즈니스 차원에서,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는 세계화는 이미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앞서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중국의 한 회사가 시카고에서 철도차량을 조립하기로 하는 내용의 13억 달러 규모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지난 7월 중국을 방문한 바 있다.
또한, 캘리포니아주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중국과 녹색 에너지 분야 협력하기 위해 계속 노력을 하고 있다.
빌 워커 알래스카 주지사는 관광 및 환경보호 분야 협력을 위해 약 40명가량의 대표단을 이끌고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한 바 있다.
중국 상무부 부부장을 지낸 웨이젠궈(魏建國)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 비서장은 미국의 주 정부들이 중국의 시장 잠재력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의 주 정부들과 기업들은 중국의 금융시장에 진출하는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뉴욕 및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영사관에서 경제 및 상무 담당 영사로 재직했던 허웨이원은 주 정부 차원의 협력은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 분야로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대(人民大) 국제관계학 교수는 중국은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의 주 정부들과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미 중간에 모든 전선에서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두 경제 대국 간 협력의 가능성이 줄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자문역도 겸하고 있는 스 교수는 "미·중 양국은 세계 무역 규칙을 검토·개정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등의 서로 협력할 분야가 많다"면서 "하지만 현재의 긴장 상태에서는 그런 분야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호주의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의 허브 레마이우 연구원은 미·중 양국이 상호 보완하고 의존할 영역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양국은 최근의 긴장관계에도 불구하고 과거 미소 냉전 시대에는 결코 찾아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양국의 경제가 세계 경제에 얽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2천억 달러(약 224조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5천745개 품목에 같은 달 24일부터 10%의 관세를, 내년 1월 1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미 미국은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산 수입품의 거의 절반가량이 미국 정부의 보복 관세 대상에 올랐다.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 관세 조처를 한 바 있는 중국도 지난달 24일부터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5천207개 품목에 5∼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양국 간 무역분쟁은 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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