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우드에 '미투' 바람…'미스 인도' 출신 배우 사건이 불씨
타누시리 두타, 10년 전 상대배우 성추행 폭로 최근 재조명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제작하며 성차별이 심한 것으로 알려진 인도 영화계, 즉 발리우드에서 한 여배우가 '미투' 운동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배우는 특히 최근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은 것이 아니라 10년 전 스스로 폭로한 사건이 최근 재조명되면서 발리우드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1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스 인도' 출신 배우인 타누시리 두타(34)는 지난 2008년 영화 촬영 도중 상대 유명배우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사건 직후 폭로하고 나섰다.
두타는 또 상대 배우 나나 파테카르(67)가 촬영 중 더 깊은 관계를 원해 이를 거부했더니 사람들을 불러 모아 자신의 차량을 파손하며 위협했다는 주장도 폈다.
실제로 당시 영상에 따르면 두타는 차 안으로 피신했다가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온 부모의 도움을 받아 겨우 현장을 피할 수 있었다. 당시 많은 남성이 차량을 둘러싸고 있는 위협적인 상황이었다.
영화 제작자나 감독 대부분이 남성이고, 이들 대부분이 발리우드의 유명한 가문 출신인 현실에서, 당시 용기를 낸 두타의 폭로는 언론의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상대 배우의 부인과 함께 곧 잠잠해졌다.
두타도 발리우드에서 더 주목을 받지 못한 채 2년 전에는 미국으로 이주했다.
하지만 최근 프리얀카 초프라를 포함한 유명배우들이 소셜미디어상의 해시태그(#BelieveSurvivors) 달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당시 사건 목격자들이 "지금도 똑똑히 기억한다"며 증언에 나서면서 두타는 새로운 관심을 받게 됐다.
최근에는 발리우드 스타들이 기자회견을 하면 두타 사건과 관련한 질문은 빠지지 않게 됐지만, 대부분은 이 질문에 당혹스러워하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다.
최근 고국을 방문한 두타도 TV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10년이 지나 주목을 받은 데 놀랐다며 "당시 통상 그런 사건들은 밀실에서 거론될 뿐이었고, 누구도 나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10년 전 자신의 사건이 인정을 받아 법의 심판을 받아야만 우리도 미투 운동을 참여하는 게 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런 내용의 두타 인터뷰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확산하고 있다.
영화 제작자 겸 작가인 파로미타 보흐라는 발리우드의 남자 배우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며 "잃을 것이 없을 때에야 공개적으로 발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해자로 몰린 파테카르는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촬영 현장에서 성추행은 불가능하다고 혐의를 부인하면서 두타가 거짓 사실 유포를 중단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인도에서는 지난 4월 무명 배우인 스리 레디가 거리에서 '토플리스'(topless·상의 탈의)'로 "우리는 여성인가 아니면 갖고 놀 장난감인가"라고 외치며 미투 운동에 참여한 바 있다.
레디는 영화 제작가로부터 캐스팅되기도 전에 누드 영상을 보내라는 부당한 요구를 받았다며 그에 따랐지만, 관련 영상은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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