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 않네요"…터키서 한국어 제2외국어로 채택·수업 시작

입력 2018-10-02 08:32
"어렵지 않네요"…터키서 한국어 제2외국어로 채택·수업 시작

이번 새학기부터 고교서 한국어 과목 개설…"소수지만 시작에 의미"

"외국 학생에 맞는 교재 개발 필요"



(앙카라=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모음 '오'는 응원할 때 내는 소리인데, 이를 위아래로 뒤집은 모음 '우'는 야유가 되지요. 다같이 '오' 소리를 내봅시다. 오-"

1일(현지시간) 국립앙카라대학교 부설 고교의 제2외국어 한국어 수업에서 교사가 한글 모음을 가리키며 설명을 하자 학생들은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한목소리로 따라했다.

이날은 이번 학기에 개설된 한국어 수업 두 번째 시간이었다.

앞서 작년 2월 터키정부는 초·중·고교에서 가르칠 수 있는 제2외국어 과목에 한국어를 추가했고, 이에 따라 이번 가을학기부터 한국어 교과가 정식으로 개설됐다.

앙카라대 부설 고교는 새 학년을 맞아 한국어 과목을 신청한 학생 약 40명 가운데 제2외국어 수업을 처음 듣는 14∼15세 9학년(한국의 중3∼고1에 해당) 학생만 선별해 8명으로 한 반을 구성했다.



한국어반 8명 가운데 6명은 부설 고교 2곳 중 과학고교 소속으로, 한국의 기술발전과 대기업, 한국 유학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취재진에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서 보여준 인지 우이살(여) 학생은 "서울대학교 같은 한국의 명문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면서 "한국 유학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한국어 과목을 선택했다"고 당차게 소개했다.

다른 학생 메르트 부르살리오을루(15)는 "나는 기술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한국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한 나라로 유명해서 한국어를 선택했다"면서 "터키에 한국어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한국어를 익혀서 뭔가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어반을 담당하는 유은미 교사는 "이제 한 번 수업을 했을 뿐인데 아이들이 한글의 자모 조합 원리를 금세 깨우쳐서 스스로 자음과 모음을 바꿔가며 어떤 소리가 만들어지는지 알아낼 정도"라며 아이들의 열의가 대단하다고 전했다.

이이트 귄뒤츠(14) 학생은 "한국어가 터키어와 비슷해서 쉽게 배울 것 같다"고 했다.



한국어가 터키 교육과정에 제2외국어 목록에 추가됐지만, 현재 실제로 반을 개설할 여력이 있는 곳은 앙카라대학을 비롯해 한국어 전공이 운영되는 대학 3곳의 부설고교를 비록해 극소수다.

한국어 교원 과정을 이수한 터키인 교사가 아직 거의 배출되지 않았고, 학생들에게 맞는 교재도 개발되지 않은 탓이다.

한국어가 제2외국어로 채택되는 데 크게 기여한 앙카라대 한국어문학과장 에르탄 괴크멘 교수는 "일단 한국어가 제2외국어로 채택돼 일선 학교에서 수업이 시작됐다는 게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외국 학생에 맞는 한국어 교재가 다양하게 개발돼야 한다고 한국정부에 에 조언했다.

그는 "현재 한국어 교재는 해외 한국인 2·3세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라 외국 학교에서 쓰기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수업에는 최홍기 주(駐)터키 대사와 조동우 주터키 한국문화원장 등 한국 인사, 에르칸 이비시 앙카라대 총장과 괴크멘 한국어문학과장 등 대학 관계자가 참관하며 한국어 교과목 개설을 축하했다.

최홍기 대사는 "한국과 터키의 관계는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오래되고 가까운 관계"면서 "여러분이 한국어를 익혀 두 나라 관계를 더욱 가깝게 하는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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