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물자 불법 수출' 美반도체회사 한국법인 직원 실형

입력 2018-10-02 06:00
수정 2018-10-02 07:28
'전략물자 불법 수출' 美반도체회사 한국법인 직원 실형

방산업체 납품 가장해 들여와 홍콩 등으로 37억원어치 되팔아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대량살상무기 등에 사용될 수 있는 물품인 '전략물자'를 정부 허가 없이 해외로 빼돌린 반도체 유통업체 직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는 미국산 집적회로(IC)칩을 외국에 불법 수출한 혐의(대외무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안모(45)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미국 유명 반도체 제조업체인 T사의 국내 판매법인 직원인 안씨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T사의 IC칩 1만6천여개를 국내 방산업체 등에 납품한다고 들여온 뒤 직접 운영하는 수출업체를 통해 정부 허가 없이 홍콩으로 몰래 수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안씨가 되판 IC칩은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나 재래식 무기의 제조·개발에 이용할 수 있는 물품·소프트웨어를 의미하는 '전략물자'로 지정·고시된 제품이다.

실제로 이 칩은 방사능과 극온에 견디는 고성능 제품으로 레이더나 군사통신 설비에 사용될 수 있고, 제품 사양서에도 군수용으로 사용 가능하다고 기재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략물자로 고시된 제품은 수출할 때 통일부 등 관련 정부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적성국가나 테러단체가 전략물자를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안씨는 미국산 전략물자를 직거래할 수 없는 홍콩 등의 업자들에게 이를 공급하면 국내 공급가보다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노리고 총 37억여원어치의 IC칩을 밀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안씨가 국내 납품업체에 절차상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8천200여만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업무상 권한과 지위를 이용해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제3자 명의의 계좌를 사용해 범죄수익의 취득을 은폐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제평화와 안전유지, 국가안보를 위해 수출허가가 필요한 전략물자를 1년 10개월 동안 무단으로 수출했고, 이를 통해 취득한 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법의 엄정함을 깨닫게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sncwoo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