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사관학교, 상습 몰카범 퇴교로 면피하고 피해자 방치"
군인권센터 "성범죄 무마 시도 빈번…학교장 책임 물어야"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해군사관학교가 교내 성범죄를 은폐하고 피해자를 방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이하 센터)는 건군 70주년 '국군의 날'인 1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군사관학교가 상습 불법촬영 가해자를 단순히 퇴교만 시켜 책임을 면피해 학내 성범죄를 은폐했으며 위험 속에 여성 생도를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회견을 진행한 해사 66기 출신 방혜린 센터 간사는 "2학년 해사 생도가 1년여에 걸쳐 상습 불법촬영을 저지른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며 "죄질이 나쁜 성범죄인데도 해사는 가해자를 구속 수사하는 대신 생도 기숙사에 두고 조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달 11일 사건이 공개된 뒤 해사는 열흘간 사건을 방관하며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지 않았고, 가해자는 급기야 자살 시도까지 감행했다"며 피해자와 가해자 양측 모두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사는 사건이 공개되자 지난달 21일 가해자를 퇴교시켜버렸다"며 "해사가 피해자를 보호하고 해군의 명예를 지키려 했다면 가해자를 쫓아낼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수사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가해자는 퇴교와 동시에 생도의 신분을 잃어 해사 관할에서 벗어나게 되고, 사건을 넘겨받은 민간 경찰은 해사 안에서 일어난 일을 제대로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센터 주장이다.
센터는 학내 성범죄가 일어나면 해사가 처벌보다 사건 무마에만 힘을 쏟은 것이 처음은 아니라고도 했다.
센터는 "남생도의 여생도 속옷 절도, 여생도 숙소 야간 무단 침입 등 비슷한 범죄가 잦았는데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며 "공사·육사와 달리 남녀 생도의 생활 공간이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센터는 "이런 일이 군대의 기간이자 '호국간성의 요람'이라는 사관학교에서 21세기에 벌어지고 있다"며 "학교 위신만 앞세워 가해자를 비호하고 사건을 수수방관한 해군사관학교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해사 배지를 가슴에 차고 나온 방 간사는 "저는 2008년 입교해 2012년 소위로 임관해 2017년 전역했다"며 "배지를 달고 모교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을 다루게 돼 슬프다. 책임 있는 조치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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