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강진·쓰나미…인도네시아, 재난 반복 이유는
'불의 고리' 환태평양 지진대와 국토 대부분 겹쳐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에서 규모 7.5의 강진과 쓰나미가 잇따라 최소 832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졌다.
인도네시아에선 지난달에도 휴양지인 롬복 섬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일어나 최소 557명이 숨지고 약 4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처럼 이 지역에서 유독 대형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는 이유로는 '불의 고리'(Ring of Fire)라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가 꼽힌다.
태평양에 접해 있는 아시아 일부 지역부터 북미와 남미까지 이어지는 고리 모양의 화산대인 환태평양 지진대는 지구의 지각판 중 가장 큰 판인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과 인도-호주판, 북아메리카판 등과 충돌하는 경계선이다.
이 때문에 태평양판의 가장자리에 있는 국가에선 육지와 해저를 가리지 않고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국토가 적도를 끼고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인도네시아는 국토의 거의 전역이 환태평양 지진대와 겹쳐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한 편이다.
대표적으로 2004년 12월에는 수마트라 섬 연안에서 규모 9.1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이로 인한 쓰나미는 인도양 연안국가들을 잇따라 덮쳐 인도네시아에서만 12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인도양 일대에서는 약 23만 명이 숨졌다.
동남아 최대 도시인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도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다. 작년 말과 올해 초에는 자바 섬 남서쪽 해저에서 규모 6.5과 6.0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시내까지 흔들림이 미쳐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한편, 지난 28일 오후 6시께 술라웨시 섬에서 발생한 지진과 뒤이은 쓰나미가 최소 832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등 대규모 피해를 낸 데는 해당 지역의 특수한 지형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지질학협회(IAGI) 회장은 이번 지진을 초래한 단층은 쓰나미 발생 우려가 적은 것으로 여겨져 왔다면서 "그런데도 쓰나미가 발생한 것은 (인근 해역에서) 대규모 수중 산사태가 발생한 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술라웨시 섬 주변에서 관측된 쓰나미는 대체로 1.5∼2.0 크기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대다수가 몰려 있는 팔루 시 해변을 덮친 쓰나미의 경우 높이가 6m 내외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난 당국은 너비 5㎞, 길이 18㎞의 협만 가장 안쪽에 있는 팔루 시의 입지조건 때문에 쓰나미 충격이 증폭된 결과로 분석했다.
환태평양 지진대는 환태평양 화산대와도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이 지역에선 화산 분화도 잦다.
2010년에는 자바 섬의 관광도시 욕야카르타 인근의 므라피 화산이 분화해 260명이 숨졌다.
작년 11월에는 유명 관광지 발리에서 섬 내 최고봉인 아궁 화산이 분화해 대량의 화산재를 뿜어내는 바람에 1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공항에 발이 묶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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