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노골드 배드민턴, 이용대 컴백으로 전환점 맞을까

입력 2018-09-30 15:49
안방에서 노골드 배드민턴, 이용대 컴백으로 전환점 맞을까

장기간 체질개선 일본이 시상대 점령…한국, 베테랑-유망주 공생 모색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한국 배드민턴이 안방에서 개최하는 최대 국제대회 코리아오픈에서 노골드로 고개를 숙였다.

2018 빅터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월드투어는 30일 서울 SK핸드볼경기장에서 남자단식, 여자단식, 남자복식, 여자복식, 혼합복식 순으로 결승전을 개최하는 것으로 일주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그러나 결승에 올라온 한국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 '박주봉호' 일본 배드민턴은 5팀을 결승에 올려보냈다.

여자단식 오쿠하라 노조미, 남자복식 엔도 히로유키-와타나베 유타, 여자복식 마쓰토모 미사키-다카하시 아야카가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복식과 여자복식은 일본 팀끼리 대결로 열렸다. 특히 일본 여자복식은 이번 대회 금메달과 은메달은 물론 동메달 2개도 싹쓸이했다.

일본은 또 남자단식 니시모토 겐타, 여자단식 야마구치 아카네도 동메달을 가져갔다.



안방에서 열린 대회 시상대를 대거 일본에 양보한 한국 배드민턴 분위기는 더욱 침울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0년 만의 노메달 충격을 겪은 한국 배드민턴은 코리아오픈에서 자존심 회복을 노렸으나 동메달 3개로 만족해야 했다.

여자단식 간판 성지현(27·인천국제공항)과 남자복식 최솔규(23·요넥스)-서승재(21·원광대), 혼합복식 서승재-채유정(23·삼성전기)이 4에 올랐으나 패해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작년을 이어 2년 연속 노골드다.

한국과 일본의 배드민턴이 대조적인 흐름을 타고 가고 있기에, 이번 대회 성적이 더욱 뼈 아프다.

일본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한국 배드민턴 전설 박주봉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긴 후 14년 동안 꾸준히 추진한 체질개선의 성과를 올해 꽃 피웠다.

반면 한국은 2016년 말과 2017년 초 스타 선수들이 대거 태극마크를 반납하면서 생긴 공백을 채우느라 급격히 세대교체를 추진하면서 성장통을 앓고 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는 2016년 코리아오픈 남자복식 우승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이용대(30·요넥스)가 2년 만에 복귀해 주목을 받았다.

이용대는 국가대표팀과 실업팀 삼성전기에서 한솥밥을 먹던 김기정(28·삼성전기)과 짝을 이뤄 출전, 남자복식 8강까지 올랐다.

이용대-김기정은 복귀전인 남자복식 32강전에서 세계랭킹 16위 블라디미르 이바노프-이반 소조노프(러시아)를 2-0으로 꺾었고, 16강전에서는 세계랭킹 4위인 가무라 다케시-소노다 게이고(일본)를 2-1로 누르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비록 국제대회 공백기와 체력을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확인하며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이용대-김기정은 확실한 배드민턴 흥행 카드 역할을 했다.

최근 배드민턴 대표팀의 저조한 성적에 실망감을 드러냈던 배드민턴 팬들도 오랜만에 등장한 이용대-김기정에게 뜨거운 환호와 응원을 보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선수들과 '유망주에서 '주축'으로 성장하려는 신예 선수들의 공존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실 은퇴 선수들과 협회는 국제대회 출전 문제를 놓고 법적 싸움을 벌이고 있다.

10년 가까이 개인의 삶을 포기하고 국가대표로서 훈련과 국제대회 출전 강행군을 반복했던 선수들은 좀 더 자기 주도적인 선수 생활을 하고자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반면 협회는 국가대표로서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선수들이 은퇴 후 자유롭게 국제대회에 출전하면, 차세대 국가대표 선수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국가대표 후원사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협회는 국가대표가 아닌 남자 31세, 여자 29세 이하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불허하는 규정을 만들어 운영해왔다.

선수들의 가처분신청으로 양 측 대립은 법정 싸움으로 번졌고, 2심에서 선수 측이 승소하면서 일단 나이 제한 규정은 효력을 잃었다.

고성현(31·김천시청)-신백철(29·김천시청)도 은퇴 후 다시 남자복식조를 결성해 코리아오픈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기권자가 나오지 않아 출전이 불발되기도 했다.

협회는 2심 판결에 반발하면서도 베테랑 선수들을 침체한 한국 배드민턴의 활력소로 활용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코리아오픈에서 만난 이용대-김기정은 "우리가 국제대회 나가면서 국가대표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후배들 끌어주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선배들의 복귀는 후배들에게 자극제가 됐다.

최솔규-서승재는 "개인 자격으로 나온 선배들보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온 우리가 더 위로 올라서야 한다"고 승리욕을 불태웠고, 실제로 이용대-김기정보다 높은 순위로 대회를 마쳤다.

최솔규-서승재는 2017년 세계혼합단체선수권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체전만 잠깐 짝을 이뤘다가 이번 대회에서 오랜만에 본격 복식조를 이뤄 동메달을 수확했다.

서승재-채유정의 동메달도 대표팀에 희망을 줬다.

혼합복식 세계랭킹 66위인 서승재-채유정은 올해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슈퍼 300' 대회인 뉴질랜드오픈과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데 이어, '슈퍼 500' 대회인 코리아오픈에서도 메달을 획득하며 기대를 높였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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