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 '짜미' 日 강타…432만명 피난·최소 77명 부상(종합2보)
간사이 상륙 후 수도권 이동…수도권 80년만에 기록적 강풍 우려
11m 등대 뽑히고 車 넘어져…간사이공항 또 '폐쇄'·항공기 1천293편 결항
수도권 JR전철 운행 전면 중단…'비폭탄'에 36개 하천 범람 위험 수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초강력 태풍 '짜미'가 일본 열도를 강타하면서 항공과 철도 교통이 마비되고 하천이 범람하는 등 피해를 낳고 있다.
짜미는 이날 저녁 태풍 '제비'가 이달 초 휩쓸고 갔던 간사이(關西)지방에 상륙했다. 이후 북동쪽 수도권 방향으로 향하며 일본 열도를 종단할 것으로 보여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제24호 태풍 짜미는 30일 오후 9시 50분 현재 나라(奈良)현 가시하라시에서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시속 60㎞의 속도로 북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심 기압은 960hPa(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은 초당 40m, 최대 순간 풍속은 60m다. 태풍 중심 남쪽 190㎞와 북쪽 150㎞ 이내에서 풍속 25m 이상의 폭풍이 불고 있다.
◇ 등대 뽑히고 지붕 무너져내려…36개 하천 '범람 위험'
강풍과 함께 폭우를 동반한 짜미는 일본 남단 오키나와(沖繩)와 규슈(九州) 지역을 거치면서 곳곳에 크고 작은 피해를 남기고 있다.
NHK에 따르면 이날 오전 가고시마(鹿兒島)현 아마미(奄美)시 나제(名瀨)항에 있던 높이 11m의 등대가 강풍과 높은 파도를 맞고 뽑혀나갔다. 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등대가 뽑혀나가며 그 자리에는 콘크리트로 만든 지반 부분만 남았다.
고치시 해안에서는 돌풍이 발생해 주택의 지붕 기와 일부가 무너져내렸고, 비닐하우스의 기둥이 뽑혀 무너지는 피해 신고도 잇따랐다.
오키나와 나하시에서는 주택 유리창이 강풍에 깨져 30대 남성이 부상했으며, 가고시마 아마미시에서는 강풍으로 경트럭이 옆으로 넘어지면서 차에 타고 있던 50대 남성이 부상했다. 미야자키(宮崎)시에서는 60대 여성이 논의 배수로에 휩쓸려 실종됐다.
오후 9시 현재 이번 태풍으로 인해 1명이 행방불명이 됐고 최소 77명이 부상했다.
태풍 영향으로 곳곳에서 폭우가 쏟아지면서 이날 오후 8시 30분을 기준으로 돗토리(鳥取)현, 교토(京都)부, 효고(兵庫)현, 히로시마(廣島)현 등 10개 광역지자체의 36개 하천이 범람 위험 수위 이상으로 불어났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내리는 피난 지시 혹은 권고도 432만여명을 대상으로 내려져 있다. 오전 8시 30분 현재 피난 지시가 10만8천904세대 25만836명을 대상으로, 피난 권고가 181만9천245세대 407만1천681명을 대상으로 각각 발령돼 있다.
30일 낮부터 24시간 동안 도카이(東海) 지역 500㎜, 긴키(近畿) 400㎜, 간토 350㎜, 시코쿠(四國) 300㎜, 호쿠리쿠(北陸) 250㎜ 등 많은 비가 예상된다.
◇ 간사이공항 또 폐쇄, 항공기 무더기 결항…수도권 전철·지하철 정지
태풍이 접근하자 이달 초 태풍 제비의 직격탄을 맞아 폐쇄됐던 오사카(大阪) 간사이공항은 이날 낮 11시 활주로 2개를 다시 폐쇄했다.
제비로 인한 피해 복구 작업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태풍이 강타할 경우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고 보고 선제적으로 폐쇄 결정을 한 것이다. 공항폐쇄는 오는 10월 1일 오후 6시까지 19시간가량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짜미가 일본 열도를 종단하는 모양새를 띠자 규슈와 간토(關東) 지역을 중심으로 항공기 결항이 잇따랐다.
NHK에 따르면 오후 8시 현재 이날 이미 결항했거나 결항이 결정된 국내선 항공기는 모두 1천293편이나 됐다.
일본항공(JAL)은 이날 규슈와 시코쿠(四國), 긴키(近畿), 도카이(東海), 간토, 도호쿠(東北) 지방 등을 오가는 국내선 항공기 450편에 결항을 결정했고, 전일본공수(ANA)의 항공기 439편도 비슷한 지역에서 결항했다.
규수와 혼슈(本州) 서남부 지역에서부터 간토 지역까지 넓은 지역에서 신칸센(新幹線)이 운행 정지되거나 지연 운행되고 있다.
JR히가시니혼(東日本)은 도호쿠선, 조에쓰(上越)선, 호쿠리쿠(北陸)선, 야마가타(山形)선의 상행·하행선 야간열차의 일부 운행을 중단하거나 행선지를 변경하기로 했다.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서는 이날 JR 전철 운행의 전면 중단이 결정됐다.
JR히가시니혼은 이날 오후 8시 이후 도쿄 도심 주요 지역을 도는 야마노테(山手)선을 비롯해 게이요(京葉)선, 쇼난신주쿠(湘南新宿)선 등 모든 전철의 운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 짜미 간사이 지방 상륙…'제비' 휩쓴 오사카·수도권 '초비상'
태풍 짜미는 간사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넓은 지역에 영향을 주며 큰 피해를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기상청은 짜미가 도쿄 도심에 도달할 경우 1938년 기록됐던 초당 최대 순간 풍속 46.7m를 80년 만에 상회하는 강풍이 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상청은 짜미가 열도를 종단하며 북상할 경우 광범위한 지역에서 피해가 나올 수 있다며 주민들에게 강풍과 폭우, 산사태, 높은 파도 등에 주의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간사이 지역에서는 간사이공항이 폐쇄된 데 이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놀이공원인 오사카 유니버설스튜디오가 문을 닫았다.
JR니시니혼(西日本)은 오사카·교토·고베(神戶) 지역의 철도 운행을 멈췄으며, 한큐(阪急)백화점 등 도심 백화점도 영업을 중단했다.
수도권에서도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기 전부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오다이바의 레고랜드와 지바(千葉)의 도쿄 디즈니랜드가 단축 영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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