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1주일 앞두고 극우 후보 반대 시위…여성들이 주도

입력 2018-09-30 08:30
브라질 대선 1주일 앞두고 극우 후보 반대 시위…여성들이 주도

국내외 160여개 도시에서 열려…"파시즘·남성 우월주의·폭력에 반대"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대선을 1주일 앞둔 29일(현지시간)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선후보를 비난하는 시위가 대규모로 벌어져 정치적 파장이 주목된다.

'보우소나루에 반대하는 여성들'로 불리는 이날 시위는 브라질 100여 개 도시와 미국·남미·유럽·아프리카의 60여 개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상파울루 시위에는 15만 명이 참가했으며, 시위대는 시내 중심가인 아베니다 파울리스타까지 행진하며 보우소나루를 지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에 참가한 좌파 사회주의자유당(PSOL)의 부통령 후보인 소니아 과자자라는 "우리는 보우소나루와 파시즘, 남성 우월주의, 폭력에 반대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며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인 보우소나루 후보의 당선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명 여배우인 모니카 마르텔리는 "나는 여성이며,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 대선후보에게 노(No)라고 말하려고 이곳에 왔다"면서 "여성은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며 이번 대선 결과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도 20만 명이 모인 가운데 보우소나루 후보를 성토하는 시위와 거리행진이 벌어졌다. 리우 시위에도 여성운동가와 유명 여성 연예인들이 참가해 보우소나루 후보에 대한 비난 발언을 이어갔다.

반면에 보우소나루 후보를 지지하는 시위도 10여 개 도시에서 열렸다. 30일에도 상파울루와 리우 등에서 보우소나루 지지 집회와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평소 여성비하와 인종·동성애 차별적인 막말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자신이 집권하면 군 출신을 대거 각료로 기용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1990년대 발생한 농민학살 사건에 연루된 경찰을 두둔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빈곤율과 범죄율을 낮추는 방안으로 빈곤층의 출산을 낮추기 위한 국가 차원의 가족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군사독재정권(1964∼1985년)을 옹호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2016년 4월 연방하원에서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군사독재정권 시절 좌파 게릴라 활동을 하다가 투옥된 호세프 등 여성 정치범들을 고문했던 군인에게 자신의 탄핵 찬성표를 바친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후보의 이런 행태를 두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사설을 통해 "보우소나루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으며, 그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재앙적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보우소나루가 브라질 경제의 문제점을 해결할 정도의 충분한 인식을 갖추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흑인·동성애자 등 브라질의 다양한 그룹으로부터 존경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세 도중 괴한의 습격을 받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보우소나루 후보는 20여 일 만인 이날 퇴원해 리우로 향했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지난 6일 남동부 미나스 제라이스 주(州) 주이즈 지 포라 시에서 유세를 벌이던 중 괴한이 휘두른 칼에 복부를 찔렸다.

앞서 그는 지난 21일 소셜네트워크(SNS)에 올린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대선 1차 투표를 앞두고 이달 말 유세 현장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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