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권리 확대' ILO 핵심협약 비준 사회적 대화 본격화
결사의 자유·강제노동 금지 협약 4개…치열한 논란 일 듯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노동자의 노동조합 결성·가입 권리를 폭넓게 인정하는 것을 포함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30일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따르면 노사정 대표자회의 산하 의제별 위원회인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이하 개선위)는 다음달 5일 전체회의를 열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국내법 개정 방안을 논의한다.
회의는 전문가 발제에 대해 노·사 양측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대표적인 국정과제에 속한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사회적 대타협으로 추진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한국은 1991년 12월 ILO 정식 회원국이 됐지만, 핵심협약으로 분류되는 8개 가운데 4개는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이 핵심협약들은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와 제98호 협약,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와 제105호 협약이다.
한국의 ILO 가입 이후 26년여 동안 노동계는 핵심협약 비준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경영계는 '국내외 노동 현실'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유지했고 정부도 소극적이었다.
ILO 핵심협약을 비준할 경우 그것에 맞게 국내 노동 관련법을 개정해야 해 산업 현장의 노·사 관계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
특히, 결사의 자유에 관한 핵심협약은 노동자의 노조 결성·가입 권리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어 근로계약을 체결했는지를 기준으로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국내 법·제도의 손질이 불가피하다.
국내 법·제도는 공무원, 특수고용직 노동자, 파견·사내하청 노동자 등의 노조 결성·가입과 단체교섭을 포함한 노조 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ILO 산하 '결사의 자유' 위원회도 국내 노동단체가 제기한 진정을 계기로 정부에 대해 노조 결성·가입과 활동의 권리를 확대할 것을 여러 차례 권고한 바 있다.
정부가 근로계약을 기준으로 근로자성을 협소하게 인정해 노조 설립 신고서를 반려하거나 법외노조 통보를 하는 제도도 손질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ILO는 노동자들이 단체협약을 넘어서는 사회·경제적 사안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어 파업을 포함한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좁게 인정하는 국내 법·제도도 개선 대상이 될 수 있다.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ILO 핵심협약도 비준 과정에서 노·사 양측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첨예한 논란을 촉발할 전망이다.
ILO는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을 금지하되 순수한 군사 분야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하고 있어 국내 병역법상 대체복무제도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대체복무제도는 병역 자원 가운데 일부에 대해 군 복무 대신 기업, 공공기관, 연구소 등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게 하는 것으로, ILO 핵심협약의 강제노동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에 대해 노역을 수반하는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국내 법·제도도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ILO 핵심협약에 저촉될 수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전체회의는 노·사 양측의 의견 수렴을 위한 것으로,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노·사의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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