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공실 문제 심각…인구·트랜드 변화에 대응해야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정부가 신도시 등 공공주택지구의 상가 비율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세종시나 위례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신규 택지의 상가 공실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1일 한국감정원 통계자료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10.7%로 전기 대비 0.2%포인트 상승했고 소규모 상가는 5.2%로 전기보다 0.5%포인트 올랐다.
공실률은 전국 모든 상가 유형에서 작년 동기 대비 1.1∼1.2%포인트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7개 주요 도시 중 세종시의 공실률이 가장 높다. 중대형은 14.3%, 소규모 상가는 12.0%에 달한다.
세종은 도시가 계속 확장되면서 상가 건물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분양이 잘되지 않아 빈 상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청사 인근 요지의 상가에서도 장사가 안돼 문을 닫는 가게를 어렵잖게 볼 수 있다.
그 다음으로 공실률이 높은 곳은 인천(중대형 12.9%·소규모 3.6%), 대구(중대형 12.7%·소규모 4.0%), 광주(중대형 12.7%·소규모 5.8%) 순으로 파악된다.
상가 공실률이 높은 것은 인구에 비해 상가 등 상업시설이 과다 공급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상업용지 면적 비율은 증가했으나 계획인구는 감소해 인구 1인당 상업면적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업지구에서 1인당 상업면적은 100만㎡ 이하 지구는 1990년 0.76㎡/인에서 현재 2.66/인으로 3.5배 증가했다.
100만∼330만㎡ 중규모 지구는 1인당 상업면적이 1.24㎡/인에서 2.73㎡/인으로 2.2배, 330만㎡ 이상 신도시급 택지의 경우 2.65㎡/인에서 3.41㎡/인으로 1.3배 증가했다.
초기 상업용지가 매각되지 않은 경험이 있는 분당신도시의 실행 용적률은 276∼630%였다.
그런데 최근 조성되는 택지의 상업지구 용적률은 600~900%에 달한다. 고양 삼송, 고양 원흥, 양주 옥정, 평택 소사벌, 인천 검단1 등의 최고 용적률은 900% 이상이다.
여기에 LH는 상업용지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공급하고, 낙찰자는 상가를 건설해 고분양가로 분양하고 있다.
상가 소유자는 고분양가로 인해 비싼 임대료를 요구하게 되고, 임차인은 지구개발 초기에 상권이 성숙하지 못한 환경에서 비싼 임대료 부담을 지게 된다.
위례신도시의 경우 토지 분양가는 3.3㎡당 2천500만원인데 상가 분양가는 4천만∼4천500만원 수준이다.
소비 트랜드도 변하고 있다.
1·2인 가구 증가, 베이비부머의 노령인구 편입 등으로 소비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반면 인터넷 쇼핑과 배달음식 증가로 상업지역의 경쟁력은 약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신도시 등 공공택지의 상가 등 상업시설 공급 기준을 마련하고 LH도 상업시설 계획 기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상가 고분양가를 해결하기 위해 상업시설 공급가 산정 방식을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 획일적이고 기능적인 공공택지 토지 이용계획을 지양해 상업시설을 입체적으로 배치하는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상업시설 과다 공급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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