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장 면세점 문열지만 600불 한도 그대로…'늘려야' vs '충분'
정부 "해외 비교해도 한도 충분…증액 검토 안 해"
업계 "물가·소득 등 고려해 합리적으로 늘려야"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최근 입국장 면세점 설치 계획이 발표되면서 면세 한도도 물가·소득 등을 고려해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면세 한도를 늘리면 자칫 해외 소비만 늘릴 수 있고 다른 나라의 기준과도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증액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29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내년 5월부터 인천국제공항에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입국장 면세점이 설치돼 귀국길 면세 쇼핑 시대가 열리게 된다.
해외 소비를 국내로 전환해 일자리를 만들고, 공항의 글로벌 경쟁력도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로써 해외 여행객의 면세 쇼핑 기회는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1인당 휴대품 면세 한도는 지금처럼 600달러를 유지하기로 했다.
소비자와 중소 면세업계는 입국장 면세점 설치 소식에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면세 한도 유지 방침에 대해서는 내심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물품 단가 상승, 소득·소비 수준 변화 등을 고려할 때 면세 한도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책정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휴대품의 기본 면세 한도는 1996년부터 1인당 400달러를 유지하다가 2014년 600달러로 상향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면세 한도는 50% 인상된 셈이다.
반면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1인당 국민총소득(명목)은 1천52만원에서 3천363만원으로 3배 넘게 상승했다.
1996년을 기준으로 본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79.0%로 면세 한도 인상 폭을 크게 웃돈다.
면세점 업계를 중심으로 면세 한도를 1천달러 수준까지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면세 한도를 늘려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줄을 잇는 등 최근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도 면세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4년 면세 한도를 상향했을 때도 더 높은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업계의 공감대가 있었다"라며 "물품 단가와 소득·소비 수준의 변화를 고려해 증액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4년 이미 면세 한도를 인상한 만큼 당장 추가 증액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금의 면세 한도가 다른 국가의 기준과 비교해 낮지 않다는 점도 면세 한도 유지 근거 중 하나다.
기재부 등에 따르면 미국의 기본 면세 한도는 800달러로 우리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미국은 체류 기간에 따라 한도를 최대 1천600달러까지 늘려주고 있다.
중국과 EU(유럽연합)의 면세 한도도 각각 5천위안(미국달러 기준 726달러), 430유로(500달러) 등으로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일본은 면세 한도가 20만엔(1천762달러)으로 다른 국가에 비교해 월등히 높다. 과거 심각한 내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소비를 장려한 영향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면세 한도를 높일 경우 자칫 해외 소비만 늘릴 수 있다는 우려는 한도 증액을 신중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해외 소비는 2010∼2017년 연평균 8.7%씩 늘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소비의 연평균 증가율(2.1%)의 4배에 이른다.
휴대품 면세제도가 해외 여행객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는 점에서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다.
소소한 기념품까지 모두 수입 신고를 해야 하는 비효율을 막기 위한 것이 휴대품 면세제도의 기본 취지라는 점에 비춰봐도 증액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면세 한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조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며 "이번 입국장 면세점 논의 때도 한도에 대해서는 별도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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