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지역격차 없앤다'…책임병원 지정·공공의사 육성
국립대병원 주축으로 70여개 권역별 필수의료병원 지정·협업
2022년 4년제 공공보건의료대학원 설립…의료취약지 장기근무 의사 배출
외상·심뇌혈관 이송체계 강화…"시도간 '치료가능 사망' 격차 줄이겠다"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정부가 지역간 의료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전국을 70여개의 진료권으로 나누고 각 진료권에서 필수의료를 책임질 병원을 지정해 운영한다.
또 의료취약지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장기간 근무할 의사를 배출하기 위해 2022년에 4년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을 설립한다.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등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이 발병하면 3시간 이내에 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하는 체계를 갖추고,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어촌에서 진료를 보면 건강보험 수가를 올려주는 지역가산제를 도입한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1일 발표했다. 정부는 지역 간 '치료 가능한 사망률' 격차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 광역시도와 70여 중진료권에 책임병원 지정·신축
수도권·대도시가 아닌 지역에서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권역과 지역에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한다.
대진료권인 광역시도에서는 국립대병원을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해 권역 내 공공보건의료 전달체계 총괄, 필수의료 기획·연구, 의료인력 파견·교육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
중진료권은 전국 70여개 지역으로 구성된다. 인구수·거리·의료이용률 등을 고려해 전국을 70여개 지역으로 구분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종합병원급 공공병원 또는 민간병원을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한다.
공공병원이 있지만 인프라와 역량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기능보강을 통해 책임의료기관을 육성하고, 공공병원과 민간병원 모두 없는 지역에는 공공병원을 신축한다.
지역책임의료기관은 2차 의료기관으로 응급·외상·감염·분만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한편 퇴원환자가 지역에서 이용 가능한 병·의원이나 보건소를 연계하는 등 주민을 위한 지속적인 건강관리에도 집중한다.
정부는 지역의 의료계가 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진료정보 교류, 의뢰, 회송 등에서 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국립대병원에 '공공의료 협력센터'를 설치하고 사업비를 지원한다.
또 농어촌 주민의 의료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의료취약지 건강보험 수가 가산체계'를 처음으로 도입한다. 의료 수요가 적은 지역에서도 의료기관이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등 진료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구축하도록 건강보험 수가를 올려주는 제도다. 영국의 경우 수가를 10%가량 가산하고 있다.
◇ 국가가 공공의료 인력 직접 양성…공중보건장학제도 부활
정부는 2022년 3월까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을 설립한다. 의대 졸업자가 수도권에 몰리면서 지역 의료인력이 갈수록 부족해짐에 따라 지역에서 복무할 공공보건인력을 직접 양성하기로 한 것이다.
입학 인원은 폐교된 서남대 의대의 정원 49명이다. 시도별로 선발 인원을 배분하고, 도 지역에서 중·고교를 졸업하는 등 지역 거주경험이 충분한 학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이해도가 높거나 관련 경험이 있으며, 기여하고자 하는 동기와 헌신 의지가 확고한 학생을 선별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의학사(MD)와 공중보건석사(MPH) 학위 과정을 모두 마쳐야 하며,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에 근무하거나 역학조사관으로 활동하는 등 지정된 분야에서 일정 기간 복무를 해야 한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의무복무 기간을 10년으로 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때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등의 강력한 제재방안을 명시했다.
정부는 공중보건장학의 제도도 부활시킨다. 이는 의대 입학시 장학금을 주고 졸업 후 일정기간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게 하는 제도다.
지난 1977년부터 1996년까지 20년간 의사·치과의사·간호사 1천519명이 지원하는 그쳐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는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에서 의사가 배출될 때까지 취약지 의료인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 '피할 수 있는 죽음' 시도간 격차 절반으로 줄인다
정부는 시도간 '치료 가능한 사망률' 격차를 2015년 1.31배에서 2025년 1.15배로 감소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치료 가능한 사망률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때 받았다면 사망을 피할 수 있었던 사람의 비율로, 의료 시스템의 질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현재는 서울이 가장 낮고 충북이 가장 높다.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해 응급·외상·심뇌혈관 등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 분야에서 최적의 이송체계를 마련한다.
시도-소방청-권역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중증외상 발생 시 응급의료센터 도착 때까지 소요시간을 평균 180분 이내로 단축한다. 현재는 240분이다.
외상센터-응급의료기관-19구급대 연계를 확대해, 중증외상환자가 외상센터에서 치료받는 비율도 2015년 26.7%에서 2025년 75%로 높이고, 예방 가능한 외상사망률은 2015년 21.4%에서 2025년 10%로 높이기로 했다.
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16개에서 20개소로 확대해 신생아 사망률의 시도 격차를 2015년 4배에서 2025년 2배로 감소시킨다는 계획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지정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의료가 필요한 중증소아환자를 대상으로 재택의료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공공의료에 대한 국립대병원의 역할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 국립대병원 경영평가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실시한다.
중앙정부 관할 공공병원 간 협력을 강화하고 재난·전염병 등 분야별 대응체계를 모색하기 위해 국무조정실에는 '공공병원 협의체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지방의료원·적십자병원 지원 예산 977억원을 편성했으며, 중진료권 구분 작업이 완료되면 종합계획 소요 예산을 확정할 예정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민간 주도의 보건의료 공급으로 국민의 생명·건강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지역이 발생하고 있다"며 "필수의료가 지역에서 완결성 있게 충족될 수 있도록 공적투자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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