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 딱보면 알지' 자신한 사람들 대부분 판별 못 해
IPSOS, 싱가포르인 대상 실험…90% 이상, 가짜 뉴스 5개 중 최소 1개에 속아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대부분의 사람은 온라인상에 넘쳐나는 가짜 뉴스를 스스로 걸러낼 능력이 있다고 자신하지만, 근거 자료와 사진까지 조작하는 가짜 뉴스에는 전문가들도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싱가포르에서는 가짜 뉴스를 골라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실제로 이를 판별하는 능력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실험 결과를 통해 증명됐다고 현지 일간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입소스(Ipsos)는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15∼65세의 싱가포르 시민과 현지 거주 외국인 75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입소스는 피실험자들에게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의 차이를 판별할 능력이 있는지를 물었고, 이후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를 5개씩 섞은 10개의 온라인 기사를 제시하고 가짜 뉴스를 골라내도록 했다.
가짜 뉴스는 대표적인 풍자 뉴스 사이트에서 골라온 것으로 '번화가인 오차드 로드의 금연 정책이 시 외곽에 있는 쇼핑몰의 인기를 높인다', '식료품 가격 상승이 음식 섭취를 제한해 비만과의 싸움에 도움이 된다' 등이다.
전체 실험 대상자 가운데 스스로 가짜 뉴스를 판별할 능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9%에 달했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 피실험자들은 가짜 뉴스 판별에 특히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이런 자신감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전체 실험 참가자 가운데 91%는 최소 1개의 가짜 뉴스를 진짜로 믿었다. 5개의 가짜 뉴스 가운데 1개 또는 2개를 골라낸 참가자 비율도 43%에 불과했다.
입소스 싱가포르의 로버트 맥페드란 연구 이사는 "사람들은 가짜 뉴스를 판별해낼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교육수준이나 뉴스 소비 습관과 무관하게 가짜 뉴스를 골라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RSIS)의 벤저민 앙 선임 연구원은 "뉴스란 이전에 들어보지 못한 것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이를 검증할 충분한 이유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한 사람들이 진위를 판별하기는 어렵고, 특히 이것이 우리가 믿고 싶은 방향의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실험결과는 사람들에게 건강한 회의론을 갖고 (기사를) 읽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며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뉴스의 진위를 확인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인간 본성에 반하는 것이지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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