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남포·해주항 개발 시급…北모래 수입할 수 있을 것"

입력 2018-09-27 16:04
수정 2018-09-27 16:57
김영춘 "남포·해주항 개발 시급…北모래 수입할 수 있을 것"

"남북공동어로, 유엔 제재 대상 아닐 수도…동·서해 자원조사 먼저"

"나진·선봉, 백두산 관광 전초기지로…인도적 차원 해운 물류 재개 가능"



(세종=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달 평양남북공동선언 이후 해양수산분야 남북 협력과 관련해 노후한 남포·해주항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며 그에 따른 북한 모래 수입 가능성을 27일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서해와 동해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수산 자원 공동 조사는 먼저 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알기로는 남포항이나 해주항 개발 사업이 긴급 사안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발 타당성 조사, 어떻게 개발할지, 수심은 얼마나 확보해야 하는지 등을 공동으로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선은 북쪽과 함께 조사하고 협의하도록 관계 부서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이 같은 북한 지역 항만 개발이 우리나라에서 갈등 사안으로 떠오른 바닷모래 채취 문제의 해법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해수부는 해양 생태계 파괴 등을 이유로 국내 바닷모래 채취에 반대하고 있는데, 북한 항만 개발에 따르는 준설 작업에서 나오는 모래를 수입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다.

김 장관은 "북한 바다라고 해서 마구잡이로 모래를 채취해 가져올 수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해주항은 항만으로 제대로 기능하려면 하구 지역의 모래를 준설해 수심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전문가들이 이야기한다. 남포항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준설은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SOC 사업이라 북한이 오랜 기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북쪽의 이익과 바닷모래가 필요한 남쪽의 이익이 충분히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우선 해역 조건을 정밀조사하는 일을 시작해 보겠다. 남측이 필요한 모래 자원을 수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한강 하구 준설과 관련해서도 "기초 조사를 한 후 필요하면 모래를 채취해 필요한 곳에 이용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12월 말까지 공동 조사를 한 뒤 모래 채취나 수산어로 활동 등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장관은 남북 경협이 대부분 유엔 제재 대상에 얽혀 있다면서도 우리 정부가 먼저 시작할 수 있는 해양수산분야 협력 사업을 꼽기도 했다.

그는 "인도적 차원에서 해운 물류는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청와대 등 '더 높은 차원'에서 큰 틀이 정해지면 우리는 이를 실행하는 부처로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산 협력 분야 가운데에서 공동어로 사업은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닐 수 있다"며 "우리도 그 안에서 물고기를 잡아 오고, 북한 어선도 잡아가는 '주고받는' 게임이라 한다면 제재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유엔 제재위원회에 심사를 의뢰해볼 만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또 "수산 자원 공동 조사를 서해와 동해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먼저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은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에 공동어로구역을 시범적으로 설정하기로 합의해 많은 관심을 끈 바 있다.



김 장관은 "어민들은 백령도는 물론 연평도 근처도 설정하기를 바라지만 경계선 문제를 둘러싸고 군사 당국 간 합의를 보기 어려워 우선 백령도 근해만 우선 해보자는 입장"이라며 "시작이 절반이라고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 시범 사업만 시작돼도 그다음으로 제2, 제3의 공동어로구역 설정 문제는 쉬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민감한 사안으로 꼽히는 그 경계 설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방부나 청와대에서도 누차 강조했지만, NLL 문제가 합의가 안 됐기 때문에 이 문제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다룬다고 미뤄뒀다"며 "그 부분만 남기고 다음에 논의한다고 이행 의지를 밝힌 점이 포인트"라고 말했다.

한편,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동해관광공동특구에 대해 김 장관은 "거국적으로는 나진·선봉 지역도 지금까지는 경제 항만을 중심으로 이야기됐지만, 백두산 관광의 전초기지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이어 "동해관광공동특구 사업은 백지에 그리는 사업"이라며 "앞으로 통일부·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와 사업을 협의해가며 구체화하고, 비전을 밝혀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하기 이전의 기초 작업으로 수산 자원 공동 조사나 항만 개발과 항로 개설을 위한 기초적 해역 조사 등은 미리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름대로 기초 계획은 세워보고 있는데, 관계 부처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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