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불법촬영물 수사 속도…자정기능 작동 분위기 감지"

입력 2018-09-27 12:28
경찰청장 "불법촬영물 수사 속도…자정기능 작동 분위기 감지"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한달 반 동안 관련 사범 1천12명 검거·웹하드업체 17곳 압수수색

"불법촬영물 유통 산업구조 철저 수사…카르텔 깰 수 있을 것"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몰래카메라(몰카) 등 불법촬영물 유통구조를 전방위 수사하는 경찰이 지난 8월부터 약 1개월 반 동안 관련 사범 1천여명을 검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7일 청와대 SNS 방송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 성범죄 산업에 대해 특별수사를 요구한다'는 국민청원에 답변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해당 청원은 지난 7월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뒤 8월26일 추천인원 20만명을 넘어 청와대 공식 답변 대상이 됐다. 청원 마감일인 8월28일까지 20만8천543명이 참여했다.

민 청장은 "지난 8월13일 경찰청에 사이버안전국장을 단장으로 하고 관련 기능을 종합 운영하는 특별수사단을 설치했다"며 "17개 지방경찰청과 254개 경찰서에도 이에 준하는 것을 설치해 촬영자와 유포자, 재유포자, 갈취·편취행위자, 이들과 유착한 카르텔을 집중 수사하고 불법촬영물 삭제·차단 등 피해자 보호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별수사단이 발족한 8월13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음란물 유통 플랫폼과 카르텔, 음란물 유포사범, 불법촬영 사범 등 1천12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63명을 구속했다.

지금까지 음란사이트 운영자 35명(14명 구속), 웹하드 업체 대표 5명, 헤비 업로더 82명(5명 구속)이 검거됐다. 일반음란물 유포사범 268명(19명 구속), 불법촬영물 유포사범 12명(2명 구속), 아동음란물 유포사범 14명(6명 구속), 불법촬영 사범 445명(16명 구속), 위장형 카메라 판매사범 25명(1명 구속)도 입건됐다.

특히 몰카 영상물 등 음란물 유통 카르텔의 주요 경로로 지목된 웹하드 업체와 관련, 수사의뢰된 30개 업체 중 17개 업체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민 청장은 "불법촬영물 수사기법이 전국 수사관들에게 공유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며 "업체들의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하고, 이들의 조세포탈 혐의에 대한 국세청 통보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방위 수사 이후 헤비 업로더들이 자진해서 불법촬영물을 내리고,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성인 게시판을 폐쇄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방치됐던 자정기능이 작동하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경종을 울리는 등 달라진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수사가 미온적이라는 의견이 많다는 지적에 "겸허히 반성하며 받아들인다"며 "수사체계를 개선하고, 앞으로는 '해외사이트라서 수사가 안 된다'는 말이 안 나오도록 국제공조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특정인임을 알아볼 수 있는 등 피해가 큰 불법촬영물 유포행위는 벌금형 없이 징역형으로만 처벌하게 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법무부는 불법촬영물 유통에 따른 범죄수익을 환수할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인터넷 음란물을 신속히 차단·삭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등 관계부처가 함께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해자 직장이나 소속기관에 범죄사실을 통보해 불이익을 받게 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민 청장은 "특별수사단 운영을 통해 불법촬영물 유통 산업구조를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며 "엄정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이 이뤄진다면 카르텔을 깰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개별 업종의 불법행위는 실태를 더 면밀히 파악하면서 불법촬영물 유포에 가담하거나 이를 방조한 증거가 확보되면 당연히 엄정 수사할 것"이라며 "디지털 성범죄 근절과 관련한 법 개정에도 온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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