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정상급' 안보리, 北해법 공감대 속 이란 문제 '충돌'

입력 2018-09-27 05:09
이례적 '정상급' 안보리, 北해법 공감대 속 이란 문제 '충돌'

트럼프식 '이란 해법'에 잇단 반박…시진핑·푸틴 빠진 '반쪽 정상급'



(유엔본부=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6일(현지시간) 제73차 유엔총회를 맞아 '비확산'(Non-proliferation)을 주제로 국가정상급 회의를 진행했다.

유엔주재 대사들이 참여하는 안보리 회의를 장관급으로 일시 격상한 사례는 있지만, 국가 정상들이 안보리 테이블에 마주앉은 것은 이례적인 장면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4년 전인 2014년 테러리즘 대책을 의제로 안보리를 주재한 바 있다.

이번 달 순회 의장국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사봉을 들고 회의를 진행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도 참석했다.

통상 안보리에서 미국과 긴장 구도를 연출하는 중국과 러시아에선 각각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자리를 채운 탓에 다소 맥이 빠지는 모양새가 연출되기도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급 발언이 모두 끝나고 장관급으로 순서가 넘어간 후반부에는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대사에게 의사봉을 넘기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공식 의제는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대량파괴무기(WMD)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비확산'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초점은 '이란'에 맞춰졌다.

아예 트럼프 대통령 측은 안보리 의제에 '이란'을 적시하자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를 시작하면서 첫 모두발언부터 이란 정권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이란핵합의(JCPOA) 탈퇴 결정과 관련해 "이 일방적이고 끔찍한 합의는 이란의 (핵)무기 추구를 허용하고, 이란 정권에 생명줄과 같은 '현금'을 가져다주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란 정권은 테러리즘을 지원하고 핵미사일 능력을 개발하고 혼란을 조장했다"면서 "모든 안보리 이사국들은 이란 정권의 행동을 바꾸고 핵폭탄 보유를 막을 수 있도록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렇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JCPOA의 또 다른 당사자인 프랑스와 영국은 곧바로 반박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란 이슈는 제재와 억제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반박했고, 메이 영국 총리도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은 JCPOA"라고 강조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어느 국가이든 이란과 무역할 권리를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상임 이사국인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도 "미국은 중동지역의 정권교체를 위해 개입해왔다"면서 미국의 JCPOA 탈퇴와 대이란 제재를 싸잡아 비판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좌파성향으로 반미 의식이 강한 인사로 꼽힌다.

당사국인 이란은 별도로 안보리 참석을 요청하지 않았다. 다만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JCPOA에 다시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이란 문제에서 미국과 다른 강대국 사이의 뚜렷한 분열을 보여준 안보리"라고 평가했다.



이란 문제를 둘러싼 충돌은 북핵 해법을 놓고서는 특별한 대립이 없었던 것과 대조를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화와 번영을 원하고 있다"면서 "언론에서 멀리 떨어진 뒤편에서 많은 일이 매우 긍정적인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협상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진전이 계속되게 하려면 비핵화가 일어날 때까지 기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시행해야 한다"며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해제' 원칙도 재확인했다.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도 대북 외교해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동시에 구체적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는 안보리 제재결의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잇달아 내놨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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