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콩고 키부 내전, 아프리카 심장에서 벌어지는 잊힌 전쟁

입력 2018-09-26 23:50
민주콩고 키부 내전, 아프리카 심장에서 벌어지는 잊힌 전쟁

"134개 무장단체 활동중"…22일엔 괴한들, 주민 21명 살해하기도

"오는 12월 민주콩고 대선ㆍ총선에 실질적인 위험 될 것"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오랜 기간 이어진 전쟁을 몇 개 들라면 대부분 악명높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시리아 내전을 떠올리곤 한다.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 있는 키부(Kivu)를 떠올리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하지만 아프리카의 심장에서 벌어지는 키부 내전은 가장 길고 잔인해 최근 역사상 가장 위험한 전쟁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고 AFP 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주콩고의 동쪽에 있는 광대한 지역으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이어지는 키부에서 내전이 시작된 지도 이미 한 세대가 지났다.

전쟁은 전면전 양상으로 진행되며 동부와 남부에 있는 인근 아프리카 국가로 흘러들어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전쟁은 현재 간헐적으로 일어나고 국제사회의 개입도 없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살인과 강간, 신체 절단 등 잔혹 행위가 벌어지며 마을이 불태워지고 있다.

이에 더해 치명적인 전염병인 에볼라마저 유행하고 있어 민주콩고 정부의 안정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북키부주에 있는 비영리단체 평화ㆍ민주ㆍ인권 연구센터(CEPADHO)의 오마르 카보타 대표는 "국제사회는 이 지역 분쟁을 고의로 잊으려 하거나 과소평가하며 애써 눈을 돌리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 유혈사태에는 주로 각 종족 집단에서 파생한 민병대가 그 중심에 있으며 이들은 전자제품의 재료인 콜탄 등 소위 '피의 광물'로 불리는 각종 천연자원을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미국 뉴욕대에서 민주콩고 연구를 진행하는 한 연구팀은 현재 134개의 무장단체가 키부 북부와 남부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팀은 그러면서 지난달만 해도 이 지역에서 32건의 분쟁이 발생해 49명이 폭력으로 숨지고 103명이 납치됐다고 전했다.

지난 22일에는 베니 시(市) 중심가에서 총과 마체테(날이 넓은 긴 칼)로 무장한 괴한들이 21명을 살해해 현지에서 에볼라 대응 활동을 펼치던 구호요원들이 철수했다.

이틀 뒤 베니 남부 30Km 지점에 있는 와샤 지역에서는 주민 1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어디론가 끌려갔다.

민주콩고 정부는 일련의 공격이 우간다 출신 이슬람 반군 민주군사동맹(ADF)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유엔의 제재명단에 오른 ADF는 1995년 봉기 이후 키부에서 수백 명의 민간인을 살해했다.

포르투갈보다 큰 면적을 지니고 부룬디, 르완다, 탄자니아, 그리고 우간다와 국경을 접한 키부는 지난 1994년 대재앙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당시 르완다의 소수 투치족과 온건 후투족 80여만 명이 사망한 대학살 사건 이후 후투족이 권력에서 밀려나면서 보복을 두려워한 나머지 후투족 수십만명이 국경을 넘어 밀려들었다.

2년 후, 르완다에서 정권을 잡은 투치족 출신 폴 카가메는 민주콩고의 반군 로랑-데지레 카빌라를 지원해 모부투 세세 세코 독재정권을 무너뜨렸다. 첫번째 콩고내전의 시작이었다.

이어 카가메는 민주콩고에 병력을 보내 후투족 잔당에 대한 소탕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이 와중에 20~30만 명에 이르는 피란민들이 희생됐다고 벨기에 작가 다비드 반 레이브루크는 적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권을 잡은 카빌라는 르완다와 우간다 지원군에 등을 돌려 이들 국가 병력을 자국에서 내쫓았고 이는 민주콩고 제2의 내전을 불러왔다.

아프리카 9개국과 수십 개의 무장단체가 내전에 개입해 약 500만 명이 폭력과 질병, 그리고 기근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됐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이 내전을 '아프리카의 대전쟁'(the Great War of Africa)으로 부르고 있다.

내전은 지난 2003년 공식적으로 끝났으나 분쟁의 불씨는 아직도 꺼질 줄 모르고 언제라도 다시 불붙을 기세로 도사리고 있다.

유엔은 민주콩고에 가장 큰 규모인 1만7천명의 병력을 파견하고 있으며 해마다 11억5천3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유엔은 오는 12월 23일로 예정된 민주콩고 대선ㆍ총선을 앞두고 '정부군이 다양한 무장세력의 공격에 직면했다'며 키부 지역에 닥친 불안정한 상황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들 무장세력에는 후투족 반군 르완다해방전선(LFR)과 여러 콩고부족 출신 민병대 등이 포함된다.

최근 이 지역에서 벌어진 무장세력의 공격은 정부군과 유엔군의 무기력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했고 정부의 무관심을 대변하는 것으로 비쳤다.

베니 교구의 시쿨리 팔루쿠 주교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라며 민주콩고 정부군과 유엔군이 대규모로 병력을 파견한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이 저주를 끝낼 수는 없는 것일까?"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북키부주(州)의 줄리앙 팔루쿠 주지사는 유엔이 만든 현지 '오카피 라디오' 방송에서 "방법상에 문제는 없는지 짚어봐야 한다. 전략을 재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콩고국가연합(UCN)의 앙셀므 므와카 의원은 또 "(무장세력이) 오는 12월 23일 치를 선거에 '실질적인 위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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