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의회 '유엔 테러자금조달방지' 국제협약 가입안 가결(종합)
유럽과 자금거래 '장애물' 제거…보수세력 격렬히 반대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의회가 7일(현지시간) 정부가 제출한 유엔 테러자금조달방지(CFT)를 위한 국제협약에 가입하는 안을 가결했다.
헌법수호위원회의 최종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유럽, 아시아 등 외국이 이란과 금융거래를 거부할 수 있는 '장애물'이 일단 제거된 셈이다.
CFT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정한 국제 기준으로, 이에 가입하면 이 기준에 따라 테러자금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와 독립적 기구를 마련하고 필요하면 국제기구가 감사할 수도 있다.
이란 정부는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하면서 유럽과의 공조와 교역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유럽이 이란과 금융거래를 꺼리는 빌미를 없애려면 CFT에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CFT 가입이 이란의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미국이 이란을 더 공격할 수 있는 핑계를 없앨 수는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란 보수세력은 유럽이 미국의 제재를 무릅쓰고 이란과 교역하겠다는 실질적 조치가 미흡한 상황에서 외부 기관이 '금융 사찰'하는 길만 터주는 셈이라면서 강하게 반대했다.
특히 CFT에 가입하면 이란 보수세력은 자국 혁명수비대의 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 국가 안보를 해친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했다.
FATF의 권고사항은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비협조국으로 지정되면 3단계로 대응조치가 부과된다. 이란은 현재 2단계의 '고도 주의 요구'(블랙리스트. 자금세탁방지제도에 중요한 결함이 발견돼 거래에 특별히 주의해야 하는 국가)로 분류됐다.
이 권고사항 가운데는 돈세탁과 테러 자금조달을 막는 국내법적 조치뿐 아니라 이와 연루된 국제 사법공조를 신속, 효과적으로 제공하고 자금 동결, 압수, 몰수 요청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FATF가 10월까지 이란이 CFT에 가입하지 않으면 지난 1년간 유예했던 블랙리스트에 따른 제한을 적용하겠다면서 시한을 정한 터라 핵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의회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란이 테러 자금을 지원한다는 의심을 해소해야 유럽 등과 교역, 투자가 원활해진다는 것이다.
외국의 투자와 교역을 막는 FATF의 기준을 충족함으로써 블랙리스트에서 빠지기 위해 이란 정부는 5월 CFT 가입을 포함해 4개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 가운데 돈세탁(AML) 방지법 개정과 유엔 초국가적 조직범죄 방지협약(UNTOC. 팔레르모 협약) 가입안은 5월과 6월 의회를 통과해 현재 헌법수호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안보 문제와 엮인 CFT 가입을 둘러싸고 의회에서 찬반이 날카롭게 대립하면서 8월 가입안이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표결을 미뤘다.
이날 표결에서도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으며 찬성 143표, 반대 120표로 표차가 근소했다.
의사당 밖에서는 부결을 주장하는 보수세력의 집회가 벌어졌다. 강경 보수 성향의 이란 일간 케이한은 7일자 1면에 'FATF는 국가에 대한 배신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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