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으로 번진 필리핀 이민청의 대대적인 한국 교민 단속

입력 2018-09-25 17:21
국민청원으로 번진 필리핀 이민청의 대대적인 한국 교민 단속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필리핀 이민청이 추석을 전후해 한국 교민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단속을 하면서 20여 명을 연행한 것으로 확인돼 현지 교민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25일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필리핀 이민청은 지난 18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한국 교민 21명을 불법체류 등을 이유로 연행했다.

18일 단속된 교민 15명 가운데 6명은 당일 석방됐고, 다음날 다른 1명도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지만, 나머지 8명은 이민청 외국인 수용소에 감금된 상태다.

또 24일 연행된 교민 6명 가운데 1명은 곧바로 풀려났지만, 나머지 5명은 계속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민은 25일 "무서워서 어디를 갈 수가 없다"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렸다.

그는 "필리핀 당국이 한국인이 하는 식당, 유치원, 어학원, 식품점을 덮쳐 유치원 선생님까지 마구잡이로 연행해가고 있다"면서 "비자가 있는데도 확인하겠다면서 수갑을 채워 잡아가 돈을 뜯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보호받지 못하고 있으며 대사관과 영사관은 안일한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청원글에는 이미 3천 명이 넘는 네티즌이 동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에도 우리 정부의 저자세 외교를 질타하면서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청원 글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단속 과정에 불법연행이나 인권침해, 부당한 대우 등의 사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필리핀 이민청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국 교민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며 단속된 중국인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6일 한인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해 의견과 애로사항을 청취한 뒤 한동만 주필리핀 대사가 28일 필리핀 이민청장을 만나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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