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관 후보의 두번째 성폭력 피해여성 등장…인준 '안갯속'(종합)
뉴요커 보도로 캐버노 성폭력 의혹 확산…민주 "인준 일정 연기해야"
캐버노 "중상모략" 부인…'추가 부적절행위 증거 있다'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임주영 기자 = 성폭행 미수 의혹에 휩싸인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두 번째 성폭력 의혹이 불거졌다고 미 시사주간지 뉴요커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요커는 대학 시절 캐버노 지명자가 자신에게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주장하는 데버라 라미레스(53)라는 여성을 민주당 상원 의원들이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캐버노 지명자와 예일대 동문인 이 여성은 1980년대 예일대 재학 시절 한 파티에서 캐버노 지명자가 민감한 부위를 노출한 뒤 자신의 얼굴에 들이밀고 자신의 동의 없이 접촉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요커에 따르면 최소 4명의 민주당 상원의원이 라미레스의 의혹 제기와 관련한 제보를 입수했고, 이 중 2명의 의원이 조사에 착수했다.
또 공화당 고위 직원들도 이런 의혹 제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로 인한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고 뉴요커는 전했다.
뉴요커는 의혹 제기 당사자인 라미레스와도 직접 접촉했다고 밝혔다.
라미레스는 처음엔 자신도 사건 당시 술을 마신 상태여서 기억에 공백(gap)이 있을 수 있어 우려했지만, 이후 6일간 당시 기억을 자세히 떠올려가며 변호사와 의논한 끝에 확신하게 됐다고 뉴요커에 말했다.
라미레스는 FBI가 당시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메이지 히로노(민주·하와이) 상원의원도 "충격적이지만 믿을 만한 주장"이라며 "전적으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요커는 라미레스의 주장을 뒷받침할 직접 목격자는 찾지 못했지만 한 동창으로부터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또 다른 동창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는 증언을 확보했으며 이는 라미레스의 주장과 상당 부분 맞아떨어졌다고 전했다.
뉴요커의 이날 기사는 지난해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을 폭로해 퓰리처상을 받은 로넌 패로 기자가 제인 메이어라는 기자와 함께 공동 작성했다.
그러나 캐버노 지명자는 보도 내용에 대해 "정말 중상모략"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캐버노 지명자는 성명에서 "당시 나를 알았던 사람들은 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렇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케리 쿠펙 대변인도 라미레스의 의혹 제기에 대해 "훌륭한 사람을 헐뜯으려는 민주당이 꾸민 중상모략 책동"이라고 일축했다.
가뜩이나 미 정계가 캐버노 지명자의 성폭력 스캔들로 극심한 소용돌이에 휘말린 가운데 새로운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캐버노 지명자의 인준 여부도 더욱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 소속인 민주당 다이앤 파인스타인(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추가 제기된 의혹을 고려해 인준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성명에서 "브랫 캐버노 지명자의 임명과 관련한 어떤 추가 절차들도 즉각 연기할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캐버노 지명자의 고교 시절 성폭행 미수 의혹을 주장한 크리스틴 포드는 오는 27일 미 상원에 출석해 증언하기로 했다고 그의 변호사가 23일 밝혔다.
캘리포니아 팰로앨토 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포드는 1980년대 고교 시절 캐버노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었다고 지난 16일 워싱턴포스트(WP)에 자신의 실명과 함께 폭로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 의혹은 1982년 여름날 메릴랜드 주의 한 집에서 열린 고교생 모임(파티)에서 캐버노와 그 친구가 포드를 침실에 가둔 뒤 캐버노가 포드를 침대 위로 몰아넣어 성폭행하려 시도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캐버노 지명자는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마녀 사냥'이라고 일축하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캐버노가 의혹 시기인 1982년 여름 달력들을 갖고 있으며, 이 달력들을 통해 당시 자신이 대부분의 시간에 도시를 벗어나 있었고 그 파티에 관심을 가졌던 징후가 없다는 점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피해자가 나타난 두 건의 의혹과 별도로 마이클 애버내티 변호사는 캐버노 지명자가 1980년대 하우스 파티에서 벌인 추가적인 부적절행위의 증거를 상원 법사위에 제공하기로 했다고 개인 트위터를 통해 주장했다. 애버내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 상대 여성인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변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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