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버노 성폭행 의혹으로 촉발된 '제2 미투'…미 연예계도 동참
1차 미투 주도한 밀라노·주드 등 목소리 높여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과거 성폭행 미수 의혹과 그를 엄호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윗으로 촉발된 '제2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미 연예계로 확산했다.
23일(현지시간) 미 연예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캐버노 지명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크리스틴 블레이시 포드 팰로앨토대 교수를 공격하자, 여성 연예인들이 '왜 나는 신고하지 않았나'(#WhyIDidntReport)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성폭력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을 표시한 것이다.
이는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력으로 시작된 1차 미투 운동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투의 기수'로 등장했던 배우들이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차 미투 때도 피해 사실을 앞장서 고발한 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트럼프 트윗을 겨냥해 "나는 두 차례 성폭행 당했다. 한 번은 내가 10대였을 때다. 나는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고 그걸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데도 30년이 걸렸다"면서 "이런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성폭행 피해자들은 '미투'에 응답하라"라고 밝혔다.
와인스틴의 성폭행 피해자로 방송에서 이를 고발한 여배우 애슐리 주드도 "왜 나는 신고하지 않았나. 처음은 일곱 살 때였다. 그리고 15살 때 내가 성폭행당했을 때 나는 일기장에만 썼다. 어떤 어른이 그걸 읽었을 때 내가 성인 남성과 성관계를 한 것을 꾸짖기만 했다"라고 털어놨다.
여배우 릴리 레인하트는 "난 내 직업을 잃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이 나를 드라마 퀸으로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 그것이 왜 내가 신고하지 않았나의 이유"라고 말했다.
평소 할리우드의 성차별 관행을 성토해온 배우 패트리샤 아퀘트도 "수천 명이 공유한 '왜 나는 신고하지 않았나' 스토리를 보라. 이 운동은 어느 누구에 의해 좌초되지 않을 것이며, 그것이 집단의 힘으로 무한한 강인함을 갖는 이유"라고 트위터에 썼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버노 지명자의 성폭행 미수 의혹을 제기한 포드 교수에 대해 "그것이 그렇게 심각한 것이었다면 즉각 법집행기관에 신고했어야 했다. 당국이 날짜, 시간, 장소를 알 수 있도록 자료를 제출하길 요구한다"라는 트윗을 올렸다.
이에 대해 성폭행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즉각적으로 알릴 수 없었던 사연을 공유하는 '왜 나는 신고하지 않았나' 해시태그가 소셜미디어에서 들불처럼 번졌다.
여성 정치인들도 잇달아 자신의 사연이나 피해 경험을 공유했다.
포드의 여고 동문 1천200여 명은 그를 지지하는 공개편지에 서명했고, 살해 위협을 당하는 그의 경호 비용 마련을 위한 크라우드펀딩 모금 행사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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