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시리아군의 러 정찰기 격추, 이스라엘에 전적인 책임"

입력 2018-09-23 21:24
러 "시리아군의 러 정찰기 격추, 이스라엘에 전적인 책임"

국방부 "러 IL-20기, 이스라엘 전투기 미사일 방패로 이용돼" 반복 주장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러시아 정부는 자국 정찰기가 시리아군에 격추된 사건이 전적으로 이스라엘 책임이라고 거듭 비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23일(모스크바 현지시간) 일류신(IL)-20기 피격 사건 브리핑에서 "IL-20 항공기 비극은 전적으로 이스라엘 공군과, 그러한 작전 결정을 내린 이에게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고 관영 타스통신이 전했다.

앞서 17일 밤 시리아 서부 라타키아 상공에서 러시아군 IL-20기가 이스라엘 전투기를 노린 것으로 보이는 시리아군 방공미사일에 맞아 격추됐다. 이 사건으로 IL-20기 탑승자 15명 전원이 숨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언론 브리핑을 열어 IL-20 피격에 관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국방부는 이스라엘 전투기가 IL-20기를 시리아군의 방공미사일을 막는 '방패'로 이용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국방부 대변인 이고리 코나셴코프 소장은 "이스라엘군 조종사는 약 5㎞ 고도에서 착륙하려고 활주로로 접근하는 IL-20기를 볼 수밖에 없었다"면서, "조종사는 시리아군의 S-200 방공미사일이 이스라엘 F-16기보다 더 큰 목표물, 즉 IL-20기를 우선적으로 맞추리란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고 단정했다.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드러난 이스라엘군 조종사의 행위는 전문성이 부족했거나 업무 태만을 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코나센코프 대변인은 또 이스라엘군이 잘못된 정보로 러시아 군용기가 위협에 노출되게끔 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러시아와 이스라엘 사이 분쟁방지(충돌방지) 핫라인을 담당한 이스라엘군 장교가 이스라엘 전투기의 작전지역을 '시리아 북부'라고 통보했으나 실제 작전은 서부 라타키아에서 벌어졌고 이 때문에 러시아 정찰기가 작전 현장을 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스라엘군이 작전 정보를 너무나 촉박하게 통보했다는 것도 문제 삼았다.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이 작전 정보를 시행 직전에야 전달하는 행태를 보인다고 비판하면서, "이란 병력을 골란고원 인근에서 퇴각시킨 것 등 러시아가 이스라엘에 해준 일에 대해 이스라엘이 전혀 감사할 줄을 모른다"고 꼬집었다.



시리아내전 기간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이란 패권 확산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수시로 시리아를 공습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이란군 부대를 위주로 시리아 내 목표물을 약 200회 공습했다고 최근 공개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안방처럼 드나들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러시아의 협조 덕분이다. 시리아 정부 관할 지역의 제공권을 가진 러시아가 용인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그처럼 자유롭게 공습을 벌이기란 불가능하다.

이번 군용기 피격을 계기로 러시아가 이스라엘의 시리아 작전에 제동을 건다면, 시리아 내 이스라엘 대(對) 이란 전선의 균형에 변화가 생기게 된다.

이러한 상황 전개를 원치 않는 이스라엘이 신속하게 '슬픔'을 표현하고 정상 간 전화통화를 하는 등 러시아 달래기에 나섰다.

20일에는 이스라엘군 대표단이 러시아를 찾아 사건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IL-20기 격추는 시리아군의 잘못이라고 러시아를 설득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의 조사 결과는 사건 직후 반응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에 모든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이번 돌발 사건에도 시리아에서 양국의 협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더 무게가 실린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사건 이튿날인 18일 오후 모스크바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IL-20기 피격을 '비극적 우연의 연속'으로 표현하면서 "이스라엘 전투기가 우리 군용기를 격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사태 확산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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