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도 산에서 굵은 땀방울…산악구조대의 숨 가쁜 24시간

입력 2018-09-23 11:30
추석 연휴도 산에서 굵은 땀방울…산악구조대의 숨 가쁜 24시간

평일과 똑같은 3교대 근무…종일 산 오르내리며 다친 등산객 구조

'고맙다' 한마디에 힘내는 대원들 "등산 시 강원119신고앱 반드시 설치" 당부



(속초=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연휴라고 해서 특별할 게 없습니다. 산악구조대의 도움이 필요한 분이 계신다면 어디든 달려가야죠."

추석 연휴에도 강원도소방본부 특수구조단 119산악구조대의 하루는 변함이 없다.

4명이 한 팀을 이뤄 모두 3개 팀이 24시간을 돌아가며 일하는 산악구조대에게는 추석 연휴도 평소와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산 정상부터 울긋불긋 고운 단풍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이때부터가 가장 바쁜 시기다.

게다가 추석 연휴에는 일찍이 차례를 지내고 산에 오르는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탓에 각종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강원소방이 최근 5년간(2013∼2017년) 산악사고 구조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천192건 중 절반에 가까운 41.2%가 가을철(9월∼11월)에 발생했다.

특히 추석 연휴에는 신고전화가 평일보다 두 배는 많이 울린다.

산악구조대는 이맘때면 하루 24시간 중 절반 이상을 산에서 보낸다.

단풍에 취해 다리를 삐끗하는 등산객부터 무리한 산행으로 인한 탈진과 저체온증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라 산악구조대원의 시곗바늘은 눈 깜짝하는 사이 한 바퀴를 훌쩍 돈다.

환자를 업고 험한 산세를 오르내리는 탓에 허리 또는 무릎 통증을 달고 살지만, "고맙다"는 한마디는 지친 대원들을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다.

지난 9일 삼척 덕풍계곡 산악사고 부상자 구조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얼마 전에는 지난 5월 29일 산행 중 실족으로 머리, 목, 어깨 등을 다쳐 구조된 60대 남성이 입원과 통원치료 끝에 일상으로 돌아간다며 구조대에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다.

부산에서 설악산까지 친구들과 등산을 왔던 이 남성은 편지에서 '그날 119구조대의 신속한 응급처치와 도움으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제 3개월간 치료도 끝이 보인다'며 119구조대의 정성 어린 구조에 감사를 표했다.

편지를 받은 구조대원들은 "치료받느라 고생하셨을 텐데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말에 저희가 더 감사하다"며 또다시 힘을 냈다.

산악구조대원들의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24시간이다. 하지만 제시간에 퇴근하지 못하는 날도 적지 않다.

등산객들이 대개 오전 일찍부터 산에 오르고,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묵은 등산객들은 이보다 더 일찍 산행에 나서기 때문에 오전 7∼8시께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오면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서 퇴근하게 된다.

연휴가 아무리 길어도 사흘에 하루씩 일하고, 이틀을 쉴 때 고향을 찾아 평소 잘 보지 못했던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 이야기 보따리를 푼다.



산악구조대원들은 "업무는 힘들지만, 보람도 그만큼 크다"며 "연휴에 강원도로 산행을 계획하는 분들이 있다면 반드시 '강원119신고앱'을 설치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앱으로 신고하면 가까운 구조대원에게 신고자 위치가 전송되고, 신고자는 구조대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 위치를 파악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일이 없다.

김병영 팀장은 "무엇보다 체력에 맞는 산행계획을 세워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도움이 필요한 경우 앱을 이용해 신고해주시면 신속하게 달려가 도와드리겠다"고 말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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