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5억5천만년 전 고대 생물 '디킨소니아'는 동물
화석 조직서 지방 발견…동물 출현 시기 수백만년 앞당겨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난 수십년간 정체가 애매해 과학자들을 곤혹스럽게 한 고대 생물 '디킨소니아(Dickinsonia)'가 동물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나왔다.
호주국립대학(ANU) 지구과학연구대학원 일야 보브로프스키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러시아 북서부 백해(白海) 인근 오지에서 발견한 약 5억5천800만년 전의 디킨소니아 화석에서 콜레스테롤 분자가 포함된 조직을 발견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밝혔다.
콜레스테롤 분자는 동물의 가장 대표적 특징 중 하나로 디킨소니아가 동물이라는 점을 확증하는 것이다.
이로써 지난 1946년 첫 발견 이후 정체를 놓고 갑론을박 속에 80년 가까이 풀리지 않았던 난제가 해결됐다.
디킨소니아는 약 6억~5억4천500만년 전 선캄브리아기에 살았던 '에디아카라 생물군'에 포함돼 있다. 에디아카라 생물군은 호주 에디아카라 언덕의 모래층에서 처음 화석이 발견됐으나 거대한 단세포 아메바인지, 이끼류인지, 초기 동물의 실패한 진화 실험 결과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
보브로프스키이 박사가 발견한 디킨소니아 화석은 타원형 몸통 전체에 갈비뼈 같은 홈이 나있다.
이 화석은 박테리아가 지배하던 옛 세계와 5억4천만년 전 '캄브리아기 대폭발' 때 등장한 대형 동물 세계 사이를 잇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다양한 종류의 동물 화석이 폭발적으로 출현한 지질학적 사건을 지칭하는 것으로 현존하는 생물 문(門)이 대부분 이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화석이 최초의 동물 화석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전에 생각됐던 것보다 수백만년 앞선 5억5천800만년 전에 이미 몸집이 큰 동물이 많았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보브로프스키이 박사는 디킨소니아 수수께끼를 풀기위해 화석을 통해 해당 생물의 구조를 연구하는 일반적인 접근법에서 벗어나 보존상태가 양호한 화석에 남아있을 수 있는 조직을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호주 에디아카라 언덕에서 발굴되는 화석은 많은 열과 압력에 노출된 데다 풍화작용까지 받아 조직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없었으며, 이 때문에 러시아 오지의 60~100m 벼랑에서 로프에 매달려 위험한 발굴작업을 벌인 끝에 개가를 올렸다.
논문 공동저자인 ANU 지구과학연구대학원의 요헨 브록스 부교수는 "보브로프스키이박사가 처음 발굴결과를 보여줬을 때 믿을 수가 없었다"며 고대 생물 조직의 분자를 연구할 수 있었던 것은 '게임체인저'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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