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수녀 성폭행 의혹' 인도 주교에 직무 정지 조치
"잠시 물러나게 해달라"는 주교 요청 수락…수녀들 "첫번째 승리"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교황청이 '수녀 성폭행' 의혹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인도의 프랑코 물라칼 주교에 대해 당분간 교구 직무에서 손을 떼게 했다.
21일(현지시간) 인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언론은 인도 천주교 주교회의의 전날 성명을 인용해 교황청이 물라칼 주교의 교구 사목업무 일시정지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교황청은 대신 은퇴한 주교인 아그넬로 루피노 그라시아스가 물라칼 주교가 관할하던 인도 북부 펀자브 주(州) 잘란다르 교구 업무를 맡게 했다.
앞서 인도 남부 케랄라 주에 사는 한 수녀는 최근 물라칼 주교에게 2014∼2016년 2년간 13차례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 인도 주재 교황청 대사 등에게도 관련 내용을 편지로 보냈고, 지난 6월에는 경찰에 소장도 제출했다.
이 수녀의 동료들은 지난 13일 케랄라 고등법원 앞에서 시위하면서 물라칼 주교를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케랄라 경찰은 현재 물라칼 주교를 소환해 지난 19일부터 조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 물라칼 주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날조된 이야기로 교회에 대한 음모"라고 반박하며 자신에 대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라칼 주교는 지난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이번 사건에 대응해 나갈 시간이 필요하다"며 "잠시 주교직에서 물러나게 해달라"는 편지를 쓴 바 있다.
결국, 형식적으로는 물라칼 주교의 요청을 교황이 받아들인 형태로 볼 수 있지만, 수녀들은 교황청이 물라칼 주교에 대해 의미 있는 조치를 한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물라칼 주교의 체포를 주장한 수녀 가운데 한 명은 힌두스탄타임스에 "우리는 행복하다. 교황청이 마침내 우리의 기도를 들어줬다"며 "이번 조치는 우리의 투쟁과 관련한 첫번째 승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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