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사들여 공립 전환…'매입형 유치원' 내년 첫 개원

입력 2018-09-26 07:11
사립유치원 사들여 공립 전환…'매입형 유치원' 내년 첫 개원

서울 관악구에 7학급 규모…전국에서 첫 사례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교육청이 사립유치원을 사들여 공립유치원으로 전환하는 방식의 '매입형 공립유치원'이 내년 3월 개원한다.

2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관악구 A유치원을 매입형 공립유치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매입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감정평가 절차를 밟고 있다.

교육청과 유치원 간 협상이 잘 마무리되고 교육청이 매입예산도 확보하면 A유치원은 새 학기가 시작하는 내년 3월 유아 128명이 다니는 7학급 공립유치원으로 재개원하게 된다.

교육청이 사립유치원을 매입해 공립으로 전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3년 설립된 A유치원은 2천100여세대 규모 대형 아파트단지 안에 있다. 하지만 현재 원생은 120명(6개 반) 정도여서 정원(300명) 대비 원생 충원율이 40%에 그친다. 직선거리로 400m가량 떨어진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충원율이 93.8%, 같은 거리만큼 떨어진 다른 사립유치원 충원율이 91.6%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생이 많은 편은 아니다.

서울에 단설 공립유치원 1곳을 새로 만들려면 100억 가까운 예산이 필요하다. 실제 구로구 항동공공주택지구에 들어서는 항동유치원의 경우 토지매입비로 38억2천만원, 건설비로 46억원이 투입됐다.

이런 상황에서 매입형 공립유치원은 수요가 늘고 있는 공립유치원을 더욱 쉽고 효율적으로 확보할 방안으로 꼽힌다. 기존 사립유치원 시설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공영형 사립유치원'도 4곳 운영 중이다. 사학법인이 운영하는 유치원에 공립유치원 수준의 재정지원을 해주고 대신 법인이사 과반을 개방이사로 선임하게 해 유치원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형태다. 재정이 지원되므로 학부모 학비 부담도 감소한다.

공영형 사립유치원은 교육청이 사립유치원을 '빌려' 공립처럼 운영시키는 방식이라면 매입형 공립유치원은 유치원을 사들이는 방식이라는 점이 다르다. 전자는 기존 법인(원장)이 계속 운영을 맡지만, 후자는 교육청에 유치원을 넘기고 아예 손을 떼게 된다.

교육청은 A유치원 교사 고용 승계를 하지 않을 방침이다. 유치원 이름도 인근 지명을 따서 바꿀 예정이다. "사립유치원을 폐원하고 그 부지와 시설을 활용해 공립유치원을 새로 개원하는 것"이라고 교육청은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매입형 공립유치원을 더 확대할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 없다.

하지만 국공립유치원 입학을 '로또 당첨'에 비유할 정도로 수급불균형이 심해 매입형 공립유치원을 늘리자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2020년까지 국공립유치원 학급 2천600개를 신·증설해 작년 24.8%였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만 3~5세 아동 중 국공립유치원에 다니는 아동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서울은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이 지난해 16.9%로 17개 시·도 가운데 뒤에서 두 번째다. 취원율 40% 목표를 달성하려면 새로 땅을 마련해 건물을 올려 유치원을 신설하는 방법 말고도 다양한 방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출산율이 떨어져 유아가 줄면서 사립유치원이 경영난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도 교육청이 매입형 공립유치원 확대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민등록상 서울 만3~5세 유아는 2008년 25만7천여명에서 지난해 22만3천여명으로 13.2%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 만3~5세 유아는 2035년 15만1천~23만5천명, 2045년 11만6천~19만여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4월 서울시교육청이 진행한 매입형 공립유치원 공모에는 A유치원 말고도 10여곳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을 포기하려는 사립유치원이 10곳이 넘었다는 의미다.

교육청 관계자는 "A유치원과 협상이 결렬되면 다른 공모참여 유치원과 협상해야 하므로 (공모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긴 어렵다"면서 "A유치원은 원장 개인 사정으로 공모에 참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