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신도시가 또 다른 투기장 돼선 안 된다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21일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과 분당ㆍ일산 등 1기 신도시 사이에 면적 330만㎡(100만평) 이상의 신도시 4∼5곳의 추가로 조성하고 이 중 한두 곳은 올해 안에 입지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들 신도시에서 나오는 물량은 20만 가구로, 2021년부터 공급된다고 한다. 옛 성동구치소 자리와 개포동 재건마을 등 서울 11곳에서 1만200여 가구, 경기 5곳에서 1만7천100여 가구, 인천 검암역세권에서 7천800가구 등 수도권 17곳에서 3만5천여 가구가 공급된다. 논란이 됐던 서울지역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이번 공급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신도시 조성이다. 330만㎡ 이상이라면 분당(1천964만㎡)·일산(1천574만㎡)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평촌(511만㎡)·산본(420만㎡)에는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4∼5곳에 20만 가구가 들어간다니 신도시 한 곳에 평균 4만∼5만 가구가 들어가는 꼴이다. 평촌과 산본에는 각각 4만2천 가구가 입주해 있으니 새로 조성될 신도시의 크기를 대략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새로 공개된 수도권 택지 17곳은 정부가 약속한 공공택지 가운데 그동안 입지가 확정되지 않았던 30곳의 일부다. 정부는 앞서 44곳의 공공택지를 새로 개발해 36만2천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14곳의 입지만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도심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상업지역 주거용 비율, 상업·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향 등으로 도시규제를 완화하고 소규모 정비사업 환경도 개선했으나 재개발·재건축 핵심 규제는 손대지 않았다.
신도시 조성은 부동산 정책 기조의 확실한 변화로 읽힌다. 국토부는 현 정부 출범 후 8·2 대책 등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다주택, 고가주택 소유자를 대상으로 투기수요 억제에 집중했다. 주택공급은 부족하지 않은데 과잉 유동성과 투기수요가 집값 급등을 부추겼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서울에서 시작된 과도한 집값 상승세가 경기도로까지 번지자 투기수요 억제-공급확대의 투트랙 전략으로 전환했고, 결국 '신도시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정부가 대규모 신도시는 더는 조성하지 않겠다던 기조를 바꾸면서까지 확실한 카드를 꺼낸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집값 급등은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은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대출규제를 뼈대로 하는 9.13 부동산 대책의 보완책으로 신도시 조성이 핵심이다. 하지만 서울 집값을 잡는 확실한 카드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서울 주택수요를 분산시키려면 뛰어난 입지가 관건인데 입지가 확정되지 않아서다. 수도권 신규 주택공급 물량의 3분의 2를 감당할 신도시 주택공급이 빨라야 2021년에나 이루어지는 것도 걸림돌이다. 공급 부족을 당장 해소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더라도 신도시 물량이 쏟아진다는 기대감에 따른 투기심리 억제 효과는 분명히 예상된다. 정부가 수도권 공급대책의 핵심을 신도시 조성으로 잡은 만큼 개발 예상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할 토지거래나 불법 지장물 설치 등 투기행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집값 잡으려다 땅값 올리며 투기꾼만 배 불리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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