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귀성길' 한가위 민족 대이동 시작…아직은 여유

입력 2018-09-21 11:06
수정 2018-09-21 11:52
'설레는 귀성길' 한가위 민족 대이동 시작…아직은 여유

서울역·고속터미널·김포공항 붐비기 시작…오후에 인파 몰릴 듯

긴 연휴에 애완견도 동행…역귀성 어르신도 많아

인천공항엔 고향 대신 해외여행 가는 인파 북적



(서울·영종도=연합뉴스) 김기훈 성서호 이효석 = 닷새간의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1일 서울시민들의 '민족 대이동'이 시작됐다.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 등은 이날 오전까지는 평소보다 약간 혼잡한 모습이었다. 귀성이 본격화되는 오후부터 고향으로 떠나는 인파가 본격적으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역에는 오전 9시를 넘어서면서부터 서서히 귀성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역사 내 벤치에는 앉을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역사를 순찰하던 철도경찰은 "추석을 앞둬서 지난주 같은 시각보다는 아무래도 유동인구가 많다"며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순찰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 귀성객들은 추석 선물과 우산을 함께 드느라 힘겨워하면서도 얼굴에는 고향을 향하는 설렘이 묻어났다.

장기간 집을 비울 것을 고려해 키우던 강아지를 전용 캐리어에 넣어 동행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인천에 사는 직장인 배성진(36) 씨는 아내와 이제 막 돌이 지난 아들을 데리고 고향인 경남 김해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 씨는 "오랜만에 고향에 가는 거라 기분이 좋다"며 "아이가 있어서 (가족) 선물을 많이 준비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번 추석에는 가족들과 아이 얘기를 가장 많이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승차 홈 주변에서도 시민들이 들뜬 표정으로 고향으로 내려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예전처럼 짐 보따리나 선물 세트를 양손 가득 짊어진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쇼핑백 한 개만 들고 울산행 버스를 기다리던 주부 김모(52)씨는 "요새는 교통편이 많아서 수시로 고향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예전 명절 같진 않다"면서 "택배로 선물을 보내니 명절에 선물을 잔뜩 싸 들고 내려가지도 않는다"며 웃었다.

고속터미널에서는 자녀가 있는 서울로 역귀성 한 어르신도 종종 눈에 띄었다.

터미널 하차장에서 아들을 기다리던 강경수(71)씨는 "아들딸들이랑 서울에서 모이기로 했고 병원도 들러야 해서 겸사겸사 올라왔다"며 "추석 당일에는 진주로 다시 내려가야 하지만, 애들한테는 내려오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항공편을 이용한 귀성도 시작됐다. 이날 오전 김포공항은 국내선 청사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탑승 수속 대기 줄은 그리 길지 않았고, 수속도 원활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오전 현재 김포공항 이용객은 평일보다 약간 많은 수준"이라며 "오후 들어서는 고향으로 출발하는 귀성객들이 늘면서 다소 혼잡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공사는 이번 연휴 기간 중 21일 김포공항이 가장 붐빌 것으로 예상했다.

공항에서 만난 유모(37·여)씨는 "두 딸과 함께 울산에 있는 시댁에 내려간다"며 "지난해 추석처럼 연휴가 길지는 않지만 그래도 적당히 긴 연휴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고향에서 추석을 보내는 대신 가족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들·딸 내외, 손자 2명과 제주도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김모(64)씨는 "부모님 돌아가신 뒤 추석 때는 그냥 가족끼리 여행을 간다"며 "중학생인 손자가 더 바빠지기 전에 여행을 자주 가려 한다"며 웃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 추석 연휴 특별교통대책 기간 총 이동 인원은 3천664만 명으로 예측됐다.

하루 평균 611만 명이 이동하고 추석 당일인 24일에는 최대 760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은 고향 대신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오전 10시께 인천공항 제1터미널 카운터에는 출국 수속을 밟으려는 여객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전날보다 약 3만7천 명이 많은 20만8천580명이 21일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올해 1월 제2터미널이 개장하면서 여객이 분산돼 혼잡은 심하지 않았다. 제2터미널의 출국장 혼잡도를 알리는 전광판에는 '원활'이라는 표시가 떠 있었다.

출국장에서 만난 유모(63·여)씨는 "미국에 사는 아들이 최근 득남을 했는데 아이를 데리고 장거리 비행기를 탈 수 없어 남편과 미국에 다녀오기로 했다"며 "사진으로만 보던 손자를 직접 볼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공사는 추석 연휴 특별 교통대책 기간인 21∼26일 118만3천237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연휴 기간에 공항이 가장 붐비는 날은 토요일인 22일로, 이날 하루 21만5천240명이 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공사는 내다봤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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