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 매각' 멕시코 대통령 당선인, 비행기 못떠 4시간 대기

입력 2018-09-21 10:22
'전용기 매각' 멕시코 대통령 당선인, 비행기 못떠 4시간 대기

악천후로 발묶여…"이번 일로 생각 바꾸지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민간 항공기를 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약칭 암로) 멕시코 대통령 당선인이 폭우로 4시간 동안 공항에서 발이 묶였다.

'소박한 정부'를 공약한 암로 당선인은 오는 12월 취임하면 자신은 대통령 전용기를 매각하고, 민간 여객기를 이용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암로는 이날 다른 승객들과 함께 기내 좌석에 앉아 이륙을 기다리면서 현지 방송에 "이번 일로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전용기는 안 탄다"고 거듭 못박았다.

암로의 지연 출발은 우기에 접어든 멕시코에 20일(현지시간) 폭우가 쏟아지면서 수도 멕시코시티 공항이 일시 폐쇄된 데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수백 명이 공항에서 불편과 혼란을 겪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암로는 오악사카 주(州)의 태평양 연안 휴양도시 후아툴코에서 비행기를 타고 멕시코시티로 돌아오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수도의 공항 폐쇄로 자신이 탄 비행기가 뜨지 못하면서 4시간을 기내 등에서 기다려야 했다.

진보 성향의 암로는 지난 7월 멕시코 대선에서 53.2%를 득표하는 압승을 거두며 89년에 걸친 우파 장기집권을 끝냈다. 이는 멕시코에 만연한 부패, 폭력, 빈곤, 불평등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받아들여졌다.

암로는 당선 후 사회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대통령 급여를 삭감하고, 고위공무원에 대한 특전을 줄이는 등 광범위한 긴축정책을 편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의회는 지난 14일 고위 공무원 급여를 사실상 삭감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이외에도 그의 대선공약이었던 대통령 면책특권 폐지, 공공치안부 복원, 임기 중반 대통령 신임투표 실시, 교육개혁, 미국산 헬리콥터 구매취소 등이 이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멕시코 대통령의 전용기는 보잉787 드림라이너로 2년 전 보잉으로부터 인도받은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암로의 민항기 탑승 계획을 놓고 "이미 정부가 전용기를 구매했는데 이용하는 게 옳다", "국민 생각을 하는 것은 좋지만, 국제행사에 갈 때도 전용기를 안 탈 것 인가"라는 등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quinte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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