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늘린다' 노선바꾼 정부, 이젠 3기 신도시 4∼5곳(종합2보)

입력 2018-09-21 14:40
수정 2018-09-21 18:42
'주택공급 늘린다' 노선바꾼 정부, 이젠 3기 신도시 4∼5곳(종합2보)

그린벨트 해제에 생각 다른 서울시…국토부, '직권 해제 카드' 만지작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정부가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수도권에 신도시 4∼5곳을 공급하겠다고 밝히며 부동산 정책 노선 수정을 분명히 했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수도권에 330만㎡ 규모의 신도시 4∼5곳을 조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그동안 8·2 대책 등 주요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수요 억제에 힘을 쏟는 가운데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편에선 투기적 수요를 억누르기 위해 시행한 양도소득세 강화 등 규제와 등록 임대 활성화 대책 등이 주택 매물을 부족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때마다 국토부는 주택공급은 충분하고 오히려 수도권에 폭증하는 입주 물량을 걱정해야 한다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강남에서 강북으로 서울 집값 상승세가 확산하고 경기도까지 과열 양상이 나타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달 초만 하더라도 국토부는 향후 연간 수도권 주택 물량은 서울에서 7만2천호, 경기 과밀억제권역에서 7만4천호 등 14만6천호가 나올 예정이어서 주택공급은 충분하다고 밝혔으나, 어느덧 9·13 대책을 앞두고는 주택공급이 대책의 중요한 한 축이 됐다.

급기야 국토부는 이날 서울과 1기 신도시인 분당·일산 사이에 330만㎡ 이상 대규모 신도시 4∼5곳을 조성한다는 '신도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로써 부동산 정책은 여러모로 참여정부 때와 비슷한 궤도를 그리게 됐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강력한 투기 억제 대책에다가 수도권 주요 지역에 신도시를 공급하는 공급대책이 병행되는 모습이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3기 신도시 추진은 참여정부 때인 2003년 판교와 화성 동탄2, 파주 운정, 평택 고덕, 인천 청라 등 2기 신도시를 지정한 이후 15년 만이다.



국토부는 앞서 이날 대책 발표 직전까지 강남권 주요 입지에 택지를 확보하려고 서초 우면 등 서울 주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기 위해 서울시와 치열한 기싸움도 벌였다.

서울시의 반대에 결국 그린벨트 해제는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고 대신 서울 시내 유휴부지 등을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이 제시됐다.

정부가 신도시 카드를 내보인 것은 이날 발표된 주택공급 확대 대책이 시장의 수요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유휴부지를 활용한 택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지역 주민들이 상업이나 문화시설 등을 짓기를 희망하고 있어 주택공급에 대해 반대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

당장 성동구치소의 경우에도 복합문화시설이 건립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주택공급이 거론되자 해당 주민들이 반대 집회를 여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정부 때에는 목동과 잠실 유수지 등에 행복주택을 추진하다가 지역 주민의 거센 반대에 부닥쳐 백지화되기도 했다.



주민들의 반발을 완화하기 위해 주택에 문화·상업 기능을 더하는 복합개발이 추진되면 그때는 반대로 투기 수요를 불러모아 또 다른 집값 과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철도부지나 역세권에도 고밀·복합개발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철도부지 등은 주택공급 전에 준비해야 할 작업이 많아 이번 정권 내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앞서 서울시는 그린벨트를 해제하자는 국토부의 요청을 거부하면서 유휴부지를 활용하거나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 6만2천호를 공급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이번에 공개된 옛 성동구치소 부지 등 11개 택지를 지정해 1만여호를 공급하고 도심 내 용적률 등 제도개선을 통해 3만5천호, 매입임대 공급으로 1만호를 확보하고 나머지는 기존 택지를 활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확충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주택 공급 방안 가운데 어느정도 실체가 있는 것은 택지 지정을 통해 나오는 1만여호밖에 없다.

도심 용적률을 높이는 등 도시규제를 풀어도 주택사업자가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실제로 주택 건립에 나서야 하는 것이고, 매입임대는 서울시가 확충에 적극 나선다고 한들 워낙 지금도 물량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국토부는 이날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3등급 이하 그린벨트를 자체적으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며 '직권 해제 카드'를 사용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현재 30만㎡ 이하의 소형 그린벨트 해제 권한이 시도지사에 위임된 상태이지만 정부가 공공주택 건설 등의 이유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직접 해제할 수 있다.

서울시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택지는 서초 우면·내곡, 강남 세곡, 송파 오금동 등지가 거론된다.

정부가 3기 신도시 추진이 여의치 않거나 추후 주택 시장이 다시 요동치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면, 이번에는 하지 못했던 서울시내 그린벨트 해제를 감행할 가능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미 국토장관 "수도권 신도시급 대규모 택지 4∼5곳 조성"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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