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에밀레 박물관 개천절 제천행사 20년만에 부활
내달 3일 박물관 마당서 천제·지신밟기 등 열어
설립자 타개 뒤 허물어진 유물·전시시설도 재건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1990년대 속리산 에밀레 박물관에서 열리던 개천절 제천행사가 20여년 만에 부활된다.
충북 보은에 설립된 '조자용 민문화 연구회(대표 이만동·61)'는 내달 3일 속리산면 상판리 조자용 민문화관(옛 에밀레 박물관)에서 '왕도깨비 하늘을 날다'라는 주제로 2018 국중대회를 연다고 26일 밝혔다.
국중대회(國中大會)란 백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풍요를 기원하고, 춤과 노래로 하나가 되던 제천의식을 일컫는다.
민속연구가 조자용(趙子庸·2000년 타개)씨는 1983년 이곳에 박물관을 세운 뒤 해마다 개천절에 맞춰 이 행사를 열었다.
국내 최대 민화 전시관이던 그의 박물관에는 도깨비 관련 조각과 소품 등도 다수 전시돼 '도깨비 박물관'이라고도 불렸다.
한때 도깨비 체험객을 받기도 했지만, 조씨가 타개한 뒤 돌보는 사람 없이 방치되면서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년 전에는 원인 모를 화재로 건물 일부가 소실됐고, 수해까지 겹치면서 전시품 상당수는 훼손된 상태다.
보다 못한 후손과 민속학계는 이 박물관을 되살리기 위해 올해 초 민문화 연구회를 설립하고, 유물 수습과 전시공간 복원에 나선 상태다.
이를 통해 방치되던 민화와 도깨비 장승·석상, 옹기류 등 수백 점의 유물을 수습했고, 갤러리도 다시 꾸며졌다.
지난 5월에는 조씨의 삶과 민속 세계를 조명하는 포럼이 열렸고, '왕도깨비의 부활'이라는 제목의 음악회가 마련돼 박물관 복원을 주변에 알렸다.
그의 외손자면서 박물관 복원에 앞장서고 있는 이 대표는 "이번에 여는 국중대회도 복원작업의 일환"이라며 "20여년 전 할아버지가 열던 천제(天第)와 지신밟기 등을 그대로 재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3일 오후 2시 시작되는 행사에서는 민속놀이와 민화 그리기, 막걸리 잔치 마당이 펼쳐지고, 향토 예술인들이 펼치는 음악회도 마련된다.
bgi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