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미인' 임수향 "스무살 연기 쉽지 않았죠"

입력 2018-09-21 08:00
'강남미인' 임수향 "스무살 연기 쉽지 않았죠"

"드라마 통해 성장…미래-경석 커플 사랑해줘서 감사"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을 통해 많이 컸어요. 나만의 향기와 색깔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죠."

배우 임수향(28)에게 최근 종영한 JTBC 금토극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여자주인공 강미래는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강미래는 어린 시절부터 못생긴 외모로 놀림을 받아 성형수술 후 대학에 입학한다. 예뻐졌지만 상상한 것과 다른 정글 같은 캠퍼스에서 여러 일을 겪으며 내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임수향을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에서 만났다.

"사랑스러운 미래를 연기하면서 저도 밝아졌어요. 좋은 기운을 많이 얻었죠. 연기에 힘을 많이 빼려고 노력했어요. 그랬더니 저 임수향이 가진 매력도 더 잘 보였던 것 같아요. 저도 미래처럼 외모에 집착하는 면이 있어요. 특히 배우는 수시로 외모 평가를 받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저도 더 예뻐지고 싶고 예쁘다는 소리 들으면 기분 좋아요.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내 중심을 잡고 있으면 절 좋아해 줄 사람들은 언제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는 드라마가 사랑을 받은 이유로는 '공감'을 들었다.

임수향은 "미래는 다른 드라마 여자주인공과는 달리 잘나지 않았고 트라우마가 있다. 누구나 그런 상처가 있고 미래가 그걸 극복해가는 것을 응원해준 것 같다"며 "외모 때문에 놀림 받았는데 저를 보고 힘을 냈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그때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극 중 강미래와 도경석의 풋풋한 로맨스도 드라마의 인기 요인이었다. 임수향과 도경석을 연기한 차은우의 호흡은 시청자들에게 '대리 설렘'을 안겨줬다.

"끈적하지 않고 간질간질한 로맨스에 더 설?던 것 같아요. 손잡을까 말까 하다 겨우 손잡고 또 계속 손만 잡고 있고. 요즘 누가 그래요. (웃음) 옛날 감성이잖아요. 그래서 엄마 세대나 중년의 남성분들도 많이 봐주셨더라고요."

설레는 로맨스가 단순히 두 배우의 호흡으로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임수향은 선배 연기자로서 현장을 이끌었다.

"저는 드라마에서 은우가 멋있게 나오길 원했어요. 로맨스 드라마의 성공조건은 남자 주인공이 멋있는지 여부라고 생각했거든요. 매번 은우가 멋있는 각도로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또 미래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드라마다 보니까 제가 흐트러지면 안 되고 끌고 가야 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연기할 때도 튀려고 하지 않고 잔잔하게 무게중심을 잡으려고 했죠. 주위의 앙상블을 이루려고 계속 신경 썼어요."

그는 "마지막 회 키스신도 최대한 멋있게 찍으려고 리허설을 엄청 오래 했다"며 "그때도 '경석이가 최대한 멋있는 자세로' 찍으려고 노력했다"고 웃었다.



데뷔 이후 실제 나이보다 성숙한 역할을 주로 맡았던 임수향은 스무살 대학생 연기가 처음엔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서른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스무살 연기하려니까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저 스무살 때는 여성스럽고 단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거든요. (웃음) 특히 시청자들이 제가 스무살 역할 하면 몰입 못 하지 않을까, 상대 배우도 저보다 어려서 걱정 많이 했죠. 그렇지만 생각보다 미래-경석 커플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캠퍼스 커플을 실제로는 한 번도 못 해봤는데 이번에 대리만족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마지막 회에서 외모에 집착하는 현수아에게 강미래가 "그만하라"며 "외모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행복해질 것이다"고 말하는 장면을 꼽았다.

"그 장면이 이 드라마 하이라이트예요. 공들여서 찍었죠. 대사를 할 때마다 눈물이 나더라고요. '나는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찾겠다'는 말이 미래와 수아의 성장을 나타내주는 부분이죠. 이게 많은 사람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임수향은 '연기 잘 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연기 잘 하는 게 연기자 본질이잖아요. 연기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큼 행복한 순간이 없어요. 화면에 예쁘게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연기를 잘 하면 예뻐 보일 거라고 생각해요."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