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회담결산] 정치권 과제는…'국회비준·보수야당 반발' 변수
평양공동선언 국회 비준동의 추진 여부 주목…군사분야 합의서 놓고도 충돌
"엄청난 진전"-"핵폐기 없는 공허한 선언" 민주·한국 평행선 여전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이슬기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주한 평양 남북정상회담 일정이 20일 마무리되면서 회담 결과물을 토대로 한 국회 차원의 후속 작업에도 관심이 쏠린다.
남북 정상이 두 차례의 회담 끝에 내놓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 여야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는 상황이라 평양선언의 국회 비준동의 추진 등이 이뤄지면 여의도 정치권의 공방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일단 정부·여당이 4·27 판문점선언과 마찬가지로 평양공동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를 추진할지 주목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평양공동선언의 제도화 문제를 거론했다.
윤 수석은 "(남북의 불가침·종전 의지가) 불가역적인 단계,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가기 위한 구체적이고 혁신적인 첫발을 떼고 있다"며 "이를 제도화하는 문제는 사회 각 분야, 정치권, 특히 야당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평양공동선언이 '엄청난 진전'이라며 크게 반기면서 후속 과제 수행에 전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차원에서 민주당은 평양공동선언의 국회 비준동의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평양공동선언이 판문점선언과 비교해 내용도 많고 합의 사안도 훨씬 구체적"이라며 "진전된 내용을 담은 평양선언의 비준동의는 생각해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민주당이 여소야대(與小野大) 지형 아래 국회 비준동의를 이뤄내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일부 야당은 평양공동선언이 나오자 "구체적인 핵폐기 약속이 없는 공허한 선언", "비핵화에 진전이 없다"며 평가절하했다.
여권이 평양공동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를 추진하면 한국당 등 일부 야당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평양공동선언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비준동의를 위해선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외교통일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첫 관문인 외통위 통과 자체가 불투명하다.
외통위 문턱을 넘으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과반 찬성'이라는 의결 정족수를 충족해야 한다.
민주당에 더해 민주평화당 등 범진보 진영이 11명, 한국당·바른미래당 등 범보수 진영이 11명으로 팽팽히 갈리는 외통위 의석 구조상 과반의 평양공동선언 찬성표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법에 따른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 등이 어려운 만큼 여야 지도부의 전격 합의가 있지 않은 한 비준동의안은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평양공동선언의 비준동의 문제가 가시화하기 전에는 여야가 본격적인 논의 시점을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미뤄놓은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안을 놓고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한반도 평화 기차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궤도에 올라섰다"며 "이제 국회도 맡은 소임을 다해야 한다. 5개월째 미룬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부터 빨리 처리하자"고 촉구했다.
이번에 남북 군 수뇌부가 서명한 '판문점선언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놓고도 여야 충돌이 예상된다.
당장, 여권이 군사분야 합의서가 국회 비준동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정리하고 나선 가운데 한국당은 '비핵화 진전 없이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놀아났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최종건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은 전날 평양 고려호텔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국회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검토 중이지만 비준 사항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회의에서 "군사분계선(MDL) 상공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해 정찰 자산의 임무를 금지한 것은 북한이 여전히 핵을 손에 쥐고 있는 마당에 우리만 눈을 감으란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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