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고래싸움'에 국내 주요항만 물동량 둔화세

입력 2018-09-21 07:00
미·중 '고래싸움'에 국내 주요항만 물동량 둔화세

원자재·중간재 중국 수출 급감…물동량 목표 달성 위태

(전국종합=연합뉴스) 미·중 간 무역분쟁의 여파로 부산항과 인천항 등 국내 주요 항만의 물동량이 둔화하면서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한 타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항만 물동량은 경제의 선행지표여서 최근의 미·중간 무역분쟁은 향후 계속해서 우리 경제에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21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컨테이너 물동량은 20피트짜리 기준 1천244만1천개(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늘었다.



항만공사가 올해 세운 물동량 목표 2천150만개의 57.9%에 해당한다.

올해 목표를 달성하려면 물동량이 지난해 대비 월평균 4.9% 이상 증가해야 하지만 약 1%포인트가 모자란다.

같은 기간 전체 물동량 중에서 수출입만 보면 1천40만7천개로 지난해 대비 증가율이 0.5%에 불과하다. 올해 목표치 2.2% 증가에는 한참 못 미친다.

수출입 물동량이 부진한 것은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의 주요 수출품에 높은 관세를 물리는 무역 전쟁을 벌이는 바람에 우리나라 중간재의 중국 수출이 줄어든 탓이라고 항만공사는 분석했다.

인천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인천항에서 처리된 컨테이너 물동량은 152만4천200TEU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인천항만공사는 올해 물동량 목표치를 지난해 보다 8.2% 늘어난 330만TEU로 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 인천항 물동량 증가율을 상반기보다 끌어올려도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사는 미·중 간 무역분쟁 속에서 인천항 국가별 교역 비중의 60%를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입 물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인천∼중국 항로에서 처리되는 미국 수출 관련 원자재·중간재 물량이 대폭 감소했다는 것이다.

인천항의 상반기 대중국 물동량은 89만4천TEU로 작년보다 1.9%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베트남 물동량이 14만8천TEU, 태국 물동량이 6만8천TEU로 각각 16.4%, 19.3%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평택당진항도 전체 물동량의 90%가량을 차지하던 중국 컨테이너 물량 비중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16년 대중국 물동량은 전체 컨테이너 물량 62만3천339TEU의 91.4%인 56만9천895TEU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7년에는 87.6%로 감소하더니 올해는 7월말 현재 전체 물동량 38만592TEU 가운데 32만7천302TEU로 86%를 차지해 2년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는 베트남·태국·필리핀 등으로 항로 다변화를 추진한 탓도 있지만, 미·중 간 무역분쟁 여파로 중국측이 환경과 관련해 제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광양항은 중국 물동량의 둔화세에도 불구하고 다른 항만에 비해 전체 물동량의 변화가 크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올 상반기 광양항의 물동량은 134만859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3만5천637TEU 보다 8.5% 늘었다.

이 가운데 중국 컨테이너 물량은 34만2천630TEU로 지난해 33만7천738TEU 보다 1.4% 가량 증가하는데 머물렀다.

여수광양항항만공사는 광양항의 경우 화물선이 중간에 거쳐가는 간선항이어서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것으로 분석했다.

평택대 국제물류학과 홍상태 교수는 "중국이 5년 전부터 녹색물류를 추진하고 있는데, 최근 미·중 무역전쟁 이후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당진항을 이용하는 선사인 장금상선 관계자는 "최근 중국 정부가 폐비닐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데다, 중국산 석재 수출도 막아 대중국 물동량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 여파 등 하반기 대내외 여건이 상반기보다 나빠질 수 있다"며 "애초 목표대로 물동량 실적을 거두기는 쉽지 않지만, 연말까지 인천항을 통한 수출 물량 확보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희 강종구 형민우 김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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