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정상서 손 맞잡은 남북정상…"남북 새역사 또 써야"(종합)

입력 2018-09-20 15:36
수정 2018-09-20 19:00
백두산 정상서 손 맞잡은 남북정상…"남북 새역사 또 써야"(종합)

문대통령 "천지 나무라지만 않으면 손이라도 담가보고 싶다"

김위원장, 남측 수행원에 "제가 사진 찍어드리면 어떻습니까?"

김정숙 여사 한라산서 떠온 물과 '합수'…이재용 등 재계 총수들도 '엄지 척'



(백두산·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김연정 설승은 기자 = 남북 정상이 백두산 정상에서 두 손을 맞잡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일 오전 백두산 장군봉에 함께 올라 천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나란히 손을 잡고 환하게 웃었다.

남북 정상이 나란히 백두산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초'로 일관한 문 대통령의 방북 행보가 말 그대로 '화룡점정'을 찍는 순간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한 하늘은 천지의 전 모습을 고스란히 열어줬다.

문 대통령 부부와 김 위원장 부부는 백두산 천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군봉에 오전 9시33분께 동시에 도착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등 북측의 주요 인사가 미리 장군봉에 도착해 있다가 이들을 맞이했다.

장군봉 정상에는 양 정상 부부를 위한 의자와 티 테이블이 마련돼 있었으나, 문 대통령 부부와 김 위원장 부부는 곧바로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이동해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눴다.



[LIVE] 문대통령·김위원장, 백두산 정상서 손 맞잡다...하나 된 두 손 '번쩍'

두 정상은 천지를 배경으로 활짝 웃으며 붙잡은 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리며 김정숙·리설주 여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김 여사와 리 여사 역시 두 정상을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지은 채 박수를 쳤다.

김 위원장은 천지를 내려다보며 "중국 사람들이 부러워한다. 중국 쪽에서는 천지를 못 내려간다. 우리는 내려갈 수 있다"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국경이 어디입니까?"라고 물었다.

김 위원장이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백두산에는 사계절이 다 있다"고 설명하자, 옆에 있던 리 여사가 "7~8월이 제일 좋다. 만병초가 만발한다"고 거들었다.

문 대통령은 "그 만병초가 우리집 마당에도 있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꽃보다는 해돋이가 장관"이라고 말을 받았다.

백두에 오른 두 정상의 화제는 자연스레 한라산으로 옮겨갔다.

문 대통령이 "한라산에도 백록담이 있는데 천지처럼 물이 밑에서 솟지 않고 그냥 내린 비, 이렇게만 돼 있어서 좀 가물 때는 마른다"고 말을 꺼냈고, 김 위원장은 북측 수행원에게 "천지 수심 깊이가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문 대통령을 바라보며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모습을 담가서,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이 천지 물에 다 담가서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나가야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번에 제가 오면서 새로운 역사를 좀 썼지요.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도 다하고"라고 화답했고, 리 여사가 "연설 정말 감동 깊게 들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오늘 천지에 내려가시겠습니까?"라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예"라고 웃으며 "천지가 나무라지만 않는다면 손이라도 담가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웃으면서 "내려가면 잘 안 보여요. 여기가 제일 천지 보기 좋은 곳인데 다 같이 사진 찍으면 어떻습니까?"라고 제안했고, 천지를 배경으로 양 정상 부부가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문 대통령은 사진 촬영 도중 "여긴 아무래도 위원장과 함께 손을 들어야겠다"며 김 위원장의 손을 들었고, 주변에 모여 있던 공식수행원, 북측 고위관계자들, 기자단이 모두 박수치며 크게 웃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일행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파격 제의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님 모시고 온 남측 대표단들도 대통령 모시고 사진 찍으시죠?"라며 "제가 찍어드리면 어떻습니까?"라고 했으나, 수행원들은 "아이고 무슨 말씀을…."이라고 말하며 크게 웃었다.



즉석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때 한라산 방문을 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번에 서울 답방 오시면 한라산으로 모셔야 되겠다"고 했고, 문 대통령도 "어제, 오늘 받은 환대를 생각하면, 서울로 오신다면 답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한라산 정상에 헬기 패드를 만들겠다. 우리 해병대 1개 연대를 시켜서 만들도록 하겠다"고 농담을 던지자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리설주 여사는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고 하자, 김 여사는 물이 반쯤 담긴 500ml 생수병을 들어보이며 "한라산 물 갖고 왔다.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후 문 대통령 부부와 김 위원장 부부는 오전 10시께 4인용 케이블카를 함께 타고 백두산 천지로 이동해 담소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50분가량 머물렀다.

문 대통령은 천지로 내려가 준비해 간 플라스틱 생수병에 천지의 물을 담았다.

김 여사도 천지 물을 물병에 담자 리 여사가 환하게 웃으며 이를 거들었고, 이 모습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사진기에 담는 모습도 목격되는 등 이날 등반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두 정상의 백두산 등반에 함께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안보원장, 강경화 장관 등 우리측 관계자들도 양 정상 내외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 최태원 SK회장, LG 구광모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 등반에 동행한 기업인들도 점퍼 차림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북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백두산에 함께 올랐다.

오전에 백두산 등반을 마친 두 정상 부부는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탑승해 오찬 장소인 삼지연초대소로 이동했다.



s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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