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하나 남은 전북 '진화한 철옹성' 김민재 덕에 웃는다

입력 2018-09-20 11:12
K리그 하나 남은 전북 '진화한 철옹성' 김민재 덕에 웃는다

AG·A매치 마치고 돌아와 'ACL 추격전'서 맹활약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다시 한번 이겨내 보겠습니다. 저는 아직 어리니까요."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최종 엔트리 합류가 확실시됐으나 대표팀 확정 직전 리그 경기에서 입은 부상으로 첫 월드컵 꿈을 이루지 못한 센터백 김민재(22·전북 현대)는 시련에도 씩씩했다.

"아직은 제가 부족하기에 다음을 준비하는 시간을 주신 것 같다"며 "복귀해 더 좋은 모습, 강해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부상을 떨치고 다시 일어선 김민재는 약속대로 더 강해졌다.

회복 이후 출전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의 국가대표팀 첫 평가전까지 중요한 경기에서 안정감을 뽐내며 한국 축구의 간판 수비수로 다시 한번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K리그 '1강' 전북이 이번 시즌 가장 욕심내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8강 탈락했지만, 이런 경험으로 한층 성숙해진 김민재의 존재감은 위안 삼을 만한 부분이다.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전북은 수원 삼성을 상대로 말 그대로 '맹추격'을 벌였다.

지난달 안방에서 수원에 0-3으로 일격을 당한 전북엔 대역전극을 위해선 다득점만큼이나 실점하지 않는 게 중요했다.

아시안게임으로 자리를 비운 1차전에서 팀이 완패한 것을 곱씹으며 "수원만 만나면 예민해지고 지기 싫다"던 김민재는 2차전에서 무실점 수비를 주도했다.

1차전 멀티 골의 주인공인 데얀을 비롯한 수원 공격진을 끈질기게 따라 다니며 묶었다. 후반전 중반엔 다리 근육 경련이 일어날 정도였다.

190㎝에 육박하는 키에서 비롯된 높이와 힘뿐만 아니라 스피드와 판단력, 태클이나 탈 압박 등 기술적인 부분까지 빠지지 않는 모습을 선보이며 전북이 세 골을 뽑아내 턱밑까지 추격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연장 후반에도 자칫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이 될 수 있었던 수원 김종민의 플레이를 막아내는 등 전북의 '벽'으로 역할을 다했다.

승부차기 땐 키커로 나서 연이은 '선방 쇼'를 펼친 신화용을 상대로 침착하게 성공하기도 했다.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줬지만, 김민재의 생애 첫 AFC 챔피언스리그는 결국 4강 문턱에서 멈춰 내년을 기약했다.

전북은 올해 유일하게 남은 K리그1에선 2위 경남(승점 50)에 승점 16차로 앞선 선두(승점 66)라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이다. 23일 열리는 29라운드는 다시 수원에서 열리는 수원과의 맞대결이다.

"K리그는 우리가, AFC 챔피언스리그는 수원이 우승했으면 좋겠다. 수원과의 다음 대결에선 전북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김민재의 활약이 다시 한번 기대를 모은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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