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 "요즘 태어났으면 노래 잘하는 순댓국집 사장 됐겠죠"
"남자팬 많은 비결? 공감할 만한 이야기 덕분…제작자로 변신해 숨은 진주 찾고싶어"
정규 14집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발표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만능 엔터테이너의 조상님 임창정(45). 가수이자 배우, 예능인으로서도 정점에 섰던 그의 이력은 데뷔 28주년을 맞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임창정은 2015년 '또 다시 사랑'과 2016년 '내가 저지른 사랑', 2017년 '그 사람을 아나요'에 이어 올가을에도 음원차트 장기집권을 노린다.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만난 임창정은 정규 14집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를 들려주며 "14집이니까 열네 곡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앨범과 동명 타이틀곡은 '내가 저지른 사랑'을 함께 만든 작곡가 멧돼지와 작업했다. 가사는 "역시 임창정"이라며 무릎을 탁 치게 한다. 지질해 보일 만큼 현실적이다. 그래서 더 가슴을 때린다.
'사랑 누구나 하는 흔하디흔한 이야기/ 시작의 이유도 헤어짐의 이유도 그땐 모르기에 그저 치열한 날들/ …이제야 그댈 이해하네요, 우린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떠나던 날'
호소력 짙은 고음을 쓰는 창법도 여전하다. 음이 너무 높아서 녹음할 땐 처음 기획에 견줘 반 키를 낮췄다고 한다.
임창정은 "절대음감이 아니어서 곡을 쓸 때만 해도 이렇게 높은지 몰랐다. 녹음해보니 3옥타브 도에서 왔다 갔다 했다"며 "이렇게 어렵게 만드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어제 아침엔 갑자기 목소리가 안 나와서 성대결절인 줄 알았다. 다행히 의사 선생님이 성대결절은 아니고, 나이와 술 때문이라고 하더라"라며 "나이가 드니 목이 내 맘대로 안 된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고 털어놨다.
음원 단위로 소비하는 시대에 14곡이나 한 앨범에 담은 건 책임감 때문이라고 했다.
"팬들에게 선물하고 싶었어요. 제 팬들은 이제 30, 40대예요. 족발집에서 소주 한 잔 마시며 세월이 쌓였고, 이젠 팬을 넘어 지인이 됐죠. 제 노래가 뭐 대단하다고 기다려주는 분들이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유난히 남성 팬이 많은 비결에 대해서는 "나도 이랬지…하고 공감할 이야기 덕분 아니겠느냐"고 말하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그는 이번에도 굳이 변신하려 몸부림치지 않았다. 그저 대중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를 성실히 구현했다.
"저는 여기까지예요. 장르를 바꿔 록을 하지 않는 이상 새로운 노래를 들려드릴 역량은 없어요. 제가 뭔가 또 보여드리고 싶다면 후배를 만들면 되죠."
근황도 소개했다. 임창정은 지난해 가족과 제주도로 이주했다. 수록곡 대부분도 제주도 집에 장만한 음악작업실에서 만들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제주도에 사는 게 꿈이었다. 요즘은 아들과 낚시하러 바다에 가고, 한라산을 오른다"며 "서울에선 늘 바빴는데 제주도에선 일과 휴식을 구분할 수 있다. 덕분에 음악적 완성도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음악 제작자로도 나선다. 과거 오디션에서 '너 같은 놈 때문에 경쟁률만 높아진다'라는 모욕적인 말을 듣고 포기할 뻔했지만, 자신을 믿어준 연기학원 실장 덕분에 100번 넘게 오디션을 봤다고 한다.
"제가 요즘 태어났다면 '임창정'이 될 수 있었을까요? 아이돌이 됐을까요? 아마 생활고로 힘들어하다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노래 잘하는 순댓국집 사장이 됐을 거예요. 저 같은 숨은 진주를 찾고 싶어요. 5분짜리 오디션으로는 절대 못 찾아낼 아이들을 오래도록 지켜볼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언젠간 한국의 스티비 원더, 송강호를 키워내 여러분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임창정은 제작자로의 변신뿐 아니라 내년 하반기 드라마 출연을 앞뒀다. 요식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지칠 법도 한데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없다.
비법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평소 해오던 일이니까 숙달돼서 하나도 힘들지 않다. 물론 체력이 좋은 편이긴 하다. 이번 컴백 때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체중을 8kg 감량했다"며 "5년 전 담배를 끊었듯이 술도 끊어보겠다"고 약속했다.
임창정은 신곡으로 음악방송 활동을 하진 않지만, 늦가을 콘서트로 전국의 팬들을 찾아간다.
cla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