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추석에 과일맛 엇갈려…배는 실망 사과는 만족
배 품종 '신고' 독식 부작용…사과는 부사 안나와도 '홍로'로 OK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예로부터 매해 추석은 가을에 즈음한 계절적 특성 때문에 햇과일로 정성이 담긴 선물을 주고받곤 했다.
그런데 9월 중순인 올해 추석처럼 예년보다 이른 명절을 맞으면 대표적인 명절 과일인 사과와 배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극명하게 엇갈려 관심을 끈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올해처럼 이른 추석을 맞으면 배 농가들은 고민이 많다.
국내 배 품종의 절대다수인 약 87%를 차지하는 '신고' 품종은 10월 상순은 돼야 출하되기 때문이다. 남부지방이라 하더라도 9월 하순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농진청은 "올해처럼 추석이 9월인 해에는 수확을 앞당기고자 생장조절제로 크기를 키워 출하하곤 한다"며 "이른 추석이 올 때마다 '크기만 키워' 유통한 배를 먹은 소비자는 맛에 실망해 점차 배 구매를 꺼리게 돼 산업이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생장조절제를 맞힌 배는 크기는 크지만, 과일의 단단함이 떨어져 소비자에 따라서는 식감에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처럼 '단일 품종'이 독식하는 상황에서 추석 명절에 배를 시장에 내놓고자 적정한 수확기보다 일찍 수확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배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와 맞물려 재배 면적마저 줄어드는 추세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낸 '주요 과수 실태 파악을 위한 심층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배 재배 면적은 1만837㏊로 2007년 2만2천563㏊보다 52%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배 재배 면적이 10년 사이에 무려 절반 이상 곤두박질친 것이다.
반면 과일의 대표 주자 사과는 사정이 다르다.
흔히 '부사'로 널리 알려진 '후지' 품종이 전체 재배 면적의 60∼70%를 차지하는데, 10월 하순은 돼야 수확이 되는 점은 비슷하다.
농진청 관계자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16%가량 재배 면적을 차지해 두 번째로 많이 재배하는 '홍로' 품종은 9월 상순께 수확해 이맘때면 출하량이 많다"며 "9월에 추석이 있는 올해 같은 경우도 '홍로' 품종으로 물량을 소화하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후지'는 10월 하순에 수확해 이듬해 설 물량을 담당하고 때에 따라서는 이듬해 5∼6월까지 유통이 된다.
농진청 관계자는 "10월 상순에 추석이 있는 해에는 강원도 쪽에서 상대적으로 늦게 출하되는 '홍로'가 물량을 맡는다"며 "이 외에도 10월 초에 나오는 여러가지 품종들이 있기 때문에 사과는 생장조절제 없이도 품종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배 품종을 지금의 '신고'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품종을 개발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고'가 국내산이 아니라 일본산 품종이라는 점도 한 가지 이유다.
농진청은 "이른 추석에 출하할 수 있는 고품질의 중생종으로 재배가 쉬운 배 품종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며 "생산자와 소비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기존 '신고'와 비슷한 재배·유통 특성을 가진 품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9월 상순이나 중순에 출하 가능한 새 품종인 '신화'와 '창조'를 선보인 것을 비롯해 '조이스킨'과 '슈퍼골드' 등 다양한 품종의 배를 내놓고자 노력 중이다.
'신화'와 '창조'가 시장에 본격 유통되는 1∼2년 후에는 이들 품종이 이른 추석 선물 시장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리라는 기대도 나온다.
농진청은 "우리 배 '신화'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사례를 만들어 껍질째 먹는 배 등 기존 품종과는 맛과 기능에서 차별화된 신품종을 생산자·소비자·유통업자가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ts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