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투자 '광주형 상생 일자리' 물거품 위기

입력 2018-09-19 15:13
수정 2018-09-19 15:30
현대차 투자 '광주형 상생 일자리' 물거품 위기

노동계 임금 산정 수준 불만 제기하며 불참 선언

광주시 "진정한 소통으로 신뢰 회복 설득할 것" 안간힘

(광주=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노사 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로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채택하기도 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노동계의 불참 선언으로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광주시가 노동계를 배제하고 일방적인 투자협상을 벌이면서 불신이 쌓이기 시작해 임금 수준 등에 대한 반발이 겹치면서 결국 불참 선언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노사상생 일자리'의 취지를 살리려면 노동계의 참여가 없으면 안 된다는 입장을 보여온 광주시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특히 노사민정 구도의 한 축인 노동계의 반발이 계속되면서 투자 의지가 흔들린 것으로 알려진 현대자동차가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투자를 철회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19일 광주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광주형 일자리를 왜곡하고 변절시킨 광주시의 투자협상을 규탄한다"며 "이 시간 이후 광주시민을 모두 비정규직보다 못한 일터로 몰아넣고 최저임금에 허덕이게 하려는 광주시의 투자협상과 관련된 모든 논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동안 광주시와 현대자동차는 빛그린산단 내 62만8천㎡ 부지에 자기자본 2천800억원, 차입금 4천200억원 등 모두 7천억원을 투입해 1천㏄ 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연간 10만대 양산하는 것을 골자로 투자협약을 진행했다.

연봉은 4천만원 수준이 거론됐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노총 측은 "5년간 2천100만원만 받으라는 것은 광주시 생활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혀 자신들이 입수한 정보를 공개했다.



노동계의 또 다른 한축인 민주노총은 애초부터 광주형 일자리의 노사민정 협의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노동계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받은 셈이다.

한국노총 측은 "광주형 일자리는 어디서 일을 하든 노동의 수고가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며 "그런데 1차, 2차, 3차 협력업체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도 광주시는 묵묵부답이다"고 불만의 일단을 드러냈다.

그동안 현대차와 투자유치 협상 과정에서 노동계를 배제하고 협상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등 '노사민정 대타협'이라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취지를 벗어나면서 예고된 결과다.

광주시는 노동계의 불만이 계속되고 일자리위원회에도 불참이 이어지자 뒤늦게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이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시장은 최근 투자협상에 노동계 참여 보장, 노사민정 합의 4대 원칙(적정임금·적정 노동시간·원하청 개선·노사공동 책임경영) 준수 등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노동계가 투자협상 과정과 근로조건 등에 대해 직접 참여하게 되면 현대차와의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노동계는 그동안 노사민정 합의 4대 원칙과 함께 광주형 일자리 용역에서 밝힌 초임 연봉 4천만원 선을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광주시와 현대차와의 협상 과정에서 그보다 낮은 연봉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동계의 반발이 극에 달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노동계의 요구에 대해 투자자의 한 축인 현대차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는 점이다.

고임금 저효율 생산구조와 강성노조 등을 이유로 해외 공장 신설에 나선 현대차로서는 투자에 대한 의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처럼 노동계의 불참 선언에 현대차의 입장도 불투명한 상황이 전개되면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 자체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광주시는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해서는 노동계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 관계자는 "협상 과정에서 소통 부족으로 노동계와 불신이 싹튼 요인이 됐지만, 노동계도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복귀하겠다고 했다"며 "앞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투자협상 내용을 공유하는 등 노동계의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통을 강화해 참여를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kj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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