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청소년에게 스스로 음란영상 촬영유도…음란물제작 유죄"
"촬영영상 기억장치에 저장되면 제작행위"…20대 남성 징역 2년6월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돈을 주겠다고 청소년을 꼬드겨 휴대전화로 스스로 음란행위를 하게 하고, 촬영까지 시켰다면 '청소년 음란물 제작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디지털 영상은 단순한 촬영만으로도 즉시 유포 가능한 음란물을 쉽게 만들 수 있으므로 촬영행위와 제작행위를 같은 행위로 취급해 규제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상 음란물제작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모(26)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명령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청소년 음란물을 만드는 것을 기획하고 청소년으로 하여금 촬영하게 하거나 만드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시를 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청소년 음란물 제작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2017년 여고생 A양(당시 18세)에게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접근했다. '분실한 동아리회비 68만원을 줄테니 음란동영상을 찍어 휴대전화로 전송하라'고 꾀어 음란동영상 6편을 찍게 한 후 이를 전송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음란사진 3장을 A양에게 전송하고(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 A양의 초등학생 동생의 음란동영상을 촬영하도록 협박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강요미수)도 받았다.
1심은 "청소년 음란물의 촬영이 종료돼 촬영된 영상정보가 파일 형태로 스마트폰 등의 주기억장치에 입력되는 시점에 하나의 음란물이 완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음란물제작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2심도 1심과 같이 음란물제작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지만 "박씨가 피해자의 신체를 집적 접촉하지 않았고 전송받은 동영상을 유포하지도 않았다"며 형량을 징역 2년6월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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