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동명이인' 서류 조작해 토지보상금 15억 타낸 SH 직원

입력 2018-09-19 12:00
수정 2018-09-19 15:53
'아내 동명이인' 서류 조작해 토지보상금 15억 타낸 SH 직원

전 보상담당 차장 검찰 송치…뇌물수수 혐의도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토지보상 대상자 가운데 자신의 아내와 동명이인이 있는 점을 악용해 서류 조작으로 15억 원의 보상금을 받아낸 서울주택도시공사(SH) 전 직원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SH공사 보상총괄부에서 차장으로 재직할 당시 토지보상업무를 맡았던 김 모(41) 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구속해 최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6년 4월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 보상 대상자 중 자신의 배우자와 동명이인이 있는 것을 악용해 청구 및 계좌입금신청서 등을 위조해서 토지보상금을 신청해 15억3천67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또 외국에 거주하는 보상 대상자 A(80) 씨에게 접촉해 "토지보상금을 더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설득해 2천만 원을 받아낸 혐의(뇌물수수)도 받고 있다.

그는 A씨가 받을 보상금을 실제보다 적게 책정했다가 뇌물을 받아낸 뒤 액수를 늘려줬고, A씨는 처음 책정된 액수보다 4억여 원의 보상금을 더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뇌물공여 혐의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함께 검찰에 넘겨졌다.

김씨는 SH공사 내규상 토지보상금이 30억 원 미만이면 담당자인 자신과 부장의 결재만 받으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점을 노려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렇게 챙긴 돈으로 송파구에 아파트를 사고 고급 외제차를 모는 등 호화롭게 생활했다.

경찰은 김 씨의 배우자도 사기 공범으로 보고 함께 검찰에 넘겼다.

이 밖에 경찰은 고덕·강일지구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것처럼 농지 임대차계약서, 토지경작 확인서 등을 허위로 제출해 농업 영업보상금을 받아낸 조 모(75) 씨 등 7명도 토지보상법 위반 혐의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SH공사는 올해 6월 29일 보상업무 분야 자체 감사에서 김씨의 비리를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SH공사는 "보상업무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위·변조할 수 없도록 계약서 원본을 보상 시스템에 등록하도록 하고 등기부 등본이나 등기필증의 경우 반드시 원본을 확인하도록 의무화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상금을 지급할 때 결재 단계를 현재의 '담당자-부장' 2단계에서 '담당자-파트장-부장-처장' 등 3단계 이상으로 강화해 사고 발생 가능성을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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