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더 외로워"…복지시설 온정의 손길 '뚝'

입력 2018-09-19 08:17
"추석이 더 외로워"…복지시설 온정의 손길 '뚝'

공동모금회·적십자 후원 급감…시설 후원 거의 없어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온정의 손길이 뚝 끊기면서 복지시설들이 울상이다.



사상 유례없는 폭우로 피해를 본 재해 가구에 기업·개인 후원이 집중되면서 복지시설 후원이 줄었던 지난해와 비교해 사정이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경기 불황 속에 후원자들의 지갑이 닫혔고, 기업 후원마저 줄어들면서 노인·장애인·아동 복지시설은 올해도 팍팍한 추석을 보내게 됐다.

한 복지단체 관계자는 "후원 금액은 물론 후원자도 눈에 띄게 줄었다"며 "경제 사정이 어렵다 보니 주변을 돌볼 여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는 이달 1∼18일 1억9천800만 원의 후원금이 모금됐다. 작년 같은 기간 2억9천700만 원이 모금된 것에 비하면 33.3%(9천900만 원)나 줄었다.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추석을 앞두고 적십자사를 통해 후원에 나선 기업은 단 1곳이다. SK하이닉스가 기탁한 1억 원의 온누리 상품권 중 9천만 원어치를 취약계층 900가구에 배분한 게 전부이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형편이 나아지면 다시 후원하겠다는 전화만 온다"며 "지로 모금이나 개인 후원 모두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후원이 없었더라면 이번 추석에는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기부금이나 물품 후원이 줄어든 것은 노숙인·장애인·아동 관련 복지시설도 마찬가지다.

한 노숙인 시설에는 이번 추석을 앞두고 지원된 후원물품이 전혀 없다.

또다른 시설 장애인들도 온정의 손길이 끊겨 팍팍한 추석을 보내게 됐다.

육아원은 그나마 기업·개인의 후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사정이 썩 좋은 것은 아니다.

한 육아원 관계자는 "후원 건수는 작년보다 다소 늘었지만 기업 후원이 줄면서 전체적인 금액은 줄었다"고 털어놨다.

청주시가 추석을 앞두고 접수한 기업·단체의 후원도 눈에 띄게 줄었다.

2016년 추석 때는 5건 2천240만 원의 후원물품이 답지했지만, 지난해에는 2건 1천895만 원으로 줄더니 올해에는 2건 1천520만 원에 그쳤다.

시 관계자는 "온 가족이 모여 풍요로움을 나누는 추석이지만 온정의 손길이 줄면서 취약계층은 더 외롭고 힘겨운 명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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