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2020년 대선에 '민주당' 후보 출마 적극 고려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뉴욕 시장을 지낸 정치인이자 미디어기업 블룸버그통신의 사주인 마이클 블룸버그(76)가 오는 2020년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은행규제와 '미투'(Me Too)운동, 경찰의 신체수색 검문 방식 등 주요 이슈에서 진보진영과 상당한 이견을 보이지만 결국 대선에서 민주당 노선을 선택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NYT는 전했다.
보유 재산이 500억 달러(약 55조원)에 이르는 억만장자인 블룸버그는 이미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하원 탈환을 지원하기 위해 8천만 달러(약 900억 원)를 지원할 방침이다.
블룸버그가 관리하는 정치조직이 조만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남부 3개 선거구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 낙태와 총기규제 및 환경보호 등 이슈에서 공화당의 입장을 공격하며 재선 저지에 나설 방침이다.
공화당과 무소속 후보로 뉴욕 시장에 당선된 바 있는 블룸버그는 최근 미 서부지역과 네바다 등에서 개최한 행사를 통해 강력한 어조로 공화당을 비난했다.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청중들에게 총기규제에 반대하거나 기후변화 논리를 거부하는 공화 의원들을 징벌할 것을 촉구했으며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민주당원들에게 공화당 지지층에 맞서 정치적 주도권 회복을 독려했다.
그러나 블룸버그의 꿈은 중간선거를 넘어서고 있으며 그의 보좌관들도 인정하듯 '2020을 겨냥한 선택을 부분적으로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지적했다.
과거 여러 차례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하는 방안을 고려했던 블룸버그는 그러나 이제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주요 기성정당 후보로 출마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지난주 한 인터뷰에서 만약 그가 출마한다면 민주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공화당 후보로 나서는 것은 상정하기 힘들다"면서 "수많은 이슈에서 오늘날 공화당의 현주소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그렇다고 내가 모든 문제에서 민주당과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면서 "아무튼 공화당으로 출마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대선 출마를 결정하기 위한 구체적 시한은 아직 갖고 있지 않다면서 현재는 중간선거에 주력하고 있으며 그 이후에 (대선 출마를) 생각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블룸버그가 실제 대선에 나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고 NYT는 전망했다.
이미 앞선 대선에서 여러 차례 대선 출마 운을 뗐다 거둬들인 전력이 있는 데다 전통적인 마구잡이식 정파 정치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거액 기부자이자 자선사업가로서 그의 고매한 이미지가 살벌한 경쟁이 불가피한 기성 정당정치 문화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이념 면에서도 민주당 노선과는 차이가 크다. 중간선거 지원을 통해 민주당 내에서는 영웅적 환영을 받고 있지만 경제적 불평등이나 여성과 소수인종의 민권 등 민주당의 진보적 입장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대기업과 금융규제, 경찰의 검문 방식 등에서 이른바 진보진영의 입장과 다른 견해를 보인데 이어 미투 운동에 대해서도 오직 법정에서만 진실이 가려져야 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간선거 지원을 위해 향후 대선에서도 핵심 지역이 될 미시간,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등을 방문해 지역의 영향력 있는 진보단체들을 만날 예정이다. 또 그의 자서전 증보판을 발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자들도 블룸버그를 영입하기 위해 예우를 갖추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후변화 화의에서는 민주당 소속 주지사 제리 브라운 곁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지지했다.
또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두 차례 주요 행사에서 블룸버그를 위대한 환경보호자로 소개했다.
블룸버그의 측근들 사이에선 그러나 그의 2020년 대선 출마가 과연 현명한 것인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블룸버그의 선대본부장을 지낸 브래들리 터스크는 최근 워싱턴의 한 만찬에서 블룸버그가 이전처럼 출마를 만지작거리다 결국은 불출마로 기울 것으로 전망했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