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차부터 헬기까지…'경제위기' 파키스탄 경매 진행
관용차 100대 경매는 흥행 실패…180억원 목표에 7억원 그쳐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경제위기에 시달리는 파키스탄이 정부 관용차 100여 대를 경매에 내놨다.
파키스탄 정부는 17일(현지시간) 이슬라마바드 총리 공관에서 총리실 등의 보유 차량 102대에 대한 경매를 진행했다고 파키스탄 일간 돈(DAWN) 등이 18일 보도했다.
파키스탄 당국은 이번에는 차량 위주였지만 이달 말 경매에는 헬리콥터 4대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 경매는 지난달 취임한 임란 칸 총리의 반부패 척결 의지에 따라 개최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은 현재 무역·재정 '쌍둥이 적자'로 심각한 외화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집권당인 파키스탄 테흐리크-에-인사프(PTI)는 트위터에서 이번 경매는 칸 총리의 긴축 정책에 맞춰 진행됐으며 수익은 국민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경매에는 메르세데스-벤츠 28대를 비롯해 BMW 8대, 도요타 40대 등이 매물로 나왔다.
가장 눈에 띈 차량은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2016년에 사들인 최고급 모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 두 대였다. 방탄 처리된 이 차량의 최저 경매 가격은 각각 130만 달러(약 14억7천만 원)로 제시됐다.
벤츠의 2005년식 5천cc급 방탄 지프, 도요타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랜드크루저, BMW 7시리즈 방탄 승용차 등도 눈길을 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 기대와 달리 흥행에는 실패했다.
고급 차량에 사람들이 몰리기는 했지만 정작 구매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낡은 저가 모델에만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싼 차량을 중심으로 62대가 새 주인을 찾았다.
파키스탄 당국은 이번 경매에서 적어도 1천600만 달러(약 180억 원)의 수익을 예상했지만 정작 벌어들인 돈은 60만 달러(약 6억8천만 원)에 불과했다.
가장 고가에 낙찰된 차는 2015년식 방탄 랜드크루저로 약 20만 달러(약 2억2천500만 원)에 팔렸다.
영국 BBC방송은 "크게 홍보한 행사였음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BBC방송은 또 정부 차량 경매는 늘 열리는 행사임에도 칸 정부가 이를 긴축 정책 홍보에 이용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칸 총리는 지난달 19일 취임 후 첫 연설에서 "부패를 근절하고 허리띠를 졸라매 경제를 재건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총리실 방탄차를 팔고 524명까지 둘 수 있는 총리실 지원 인력을 두 명으로 줄이며 관저가 아닌 방 3개짜리 주택에서 살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말 헬리콥터를 타고 출퇴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빈축을 샀다.
와중에 파와드 차우드리 공보부 장관이 헬리콥터 이용 비용이 ㎞당 500원(55루피)밖에 하지 않는다고 어설프게 해명했다가 네티즌의 집중포화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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